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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Aug 12. 2020

널싱홈 트레이닝

예전에 호텔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호주에 와서 구한 직업이 조그만 호텔 리셉션리스트였는데 

조만간 이 호텔이 문을 닫을 거라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더욱이 앞으로 공부할 과목이 Nursing이라서 기왕이면 그쪽 관련 일을 해보려고 섬머힐에 있는 양로원에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다 왔다.  지난번에 면접을 보고 비자 때문에 안됐는데 비자 연장을 하고 다시 연락을 하니 트레이닝을 받으러 오라고 했다. 



1월 4일 처음 양로원 가는 날이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섬머힐에 도착하니 5시 50분. 기차가 연착될걸 대비해서 일찍 나섰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거기에 비가 오네.. 우산도 없는데.. 택시를 타려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택시가 안 온다.. 그러다 News Agency가 문을 열었기에 우산을 사서 쓰고 양로원으로 갔다.


이 양로원에는 68명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시다. 60%가 한국인인 것 같다.


오늘 나를 Training 시켜줄 사람은 Mata라고 뉴질랜드 마오리 여자분이었다. 첫인상.. 캡 안 좋음. 트레이닝을 받으러 왔다고 했더니 하는 첫마디가 " I don't like to training people"

아니나 다를까 거의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혼자서 묵묵히 일하는 것이 아닌가..

열심히 그 아줌마를 따라다니며 대충 눈으로 보고 눈치껏 배웠다. 양로원에서 일하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았다.  

특히 아침에는 노인분들을 목욕시켜야 하는데 그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거동을 못하는 분들이 많아서 노인분들을 들어서 의자에 앉혀 목욕실로 데려가고..

처음에 목욕시킨 할머니가 대변을 기저귀에 보셨는데..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정말 토할 것만 같아서 참느라고 힘들었다. 노인분들의 대. 소변 냄새는 왜 이렇게 지독한 건지.. 아마 몸이 아프셔서 그런 것 같다.


잠시 후 담당한 방의 노인분들을 전부 목욕시키고 나면 아침 드리고 그리고 나머지 잔 업무를 보고 나면 오전 Tea Time이다. Tea Time 이 끝나고 나면 또 점심시간.. 식사를 직접 못하시는 분들은 일일이 먹여드려야 한다. 나에게 배당받은 방에도 그런 할머니들이 몇 분 계셨다.  그렇게 점심을 드시고 나면 또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기저귀들을 바꿔드리고 나면 1시가 넘고 그럼 우리들의 점심시간이다.


난 이곳에서 점심을 주는 줄 알고 식사 준비를 안 했갔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줘서 점심을 굶었다. 미리 주방에 주문을 하면 $3불 내고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무심한 Mata 나한테 이야기도 안 해주고..  그렇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양로원 라운지로 가서 노인분들 걷기 운동을 시키면 드디어 오전 근무가 끝난다.


목욕시키려고 노인분들을 Lift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일하는 보조 간호사 (Assistant in Nurshing)은 전부 체구가 좋다. 갑자기 내가 왜소하게 느껴졌다.


가끔은 두 명이 한 팀이 되어서 노인분들을  이동시켜야 한다.


그래도 첫날이었지만 나름대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많이 친해졌다. 비록 거동은 못하시더라도 옷 색깔을 꼭 맞추어 입으시는 KC LEE 할머니, 치매를 앓고 계시는 서울대 법대 출신 한 할아버지, 질문을 하고서 돌아서면 다시 질문하시는 마리아 장 할머니, 항상 화장을 곱게 하고 목걸이, 귀걸이 등 액세서리를 즐겨하시는 Jane 할머니, 젊었을 때는 정말 미인이셨을 Betty, Netta, Mary 할머니 등등... 




1월 7일 두 번째 트레이닝..


오늘도 첫날과 똑같은 일이 반복이다. 한번 본 적이 있다고 노인분들이 아는 척을 많이 해주셨다. 나도 첫날보다 많이 좋아졌다.


물론 오늘은 점심 준비를 해가서 점심을 먹었다.

드디어 2시 반 일이 끝나고 양로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분이 잠깐 보자고 하셔서 만났다.

2일 동안 Training 받은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아직도 서투르지만 괜찮다고 했는데 그 간호사 왈 내가 Lifting 하는 게 너무 약하다고 나를 training 시킨 Mata가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일을 잘 못할 것 같다고..


원무과 간호사 왈 그만둘 것인지 아니면 training을 더 할 것인지.. 정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못한다고 이야기하다니..


우선은 다음 주에 며칠 더 training 받아보고 그래도 lifting 하는 것이 늘지 않으면 아마 이곳 양로원 일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기운 빠진다.


사실 나한테 힘이 든 일이기는 하다. 난 내가 그렇게 몸이 허약한지 요즘에 와서야 느낀다.


지난번 레스토랑에서 하루 일 하고 결국은 잘린 것 같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정통 레스토랑이라 접시들이 무거워 한번에 3~4개씩 들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또 Function이 있을 때 와인, 샴페인과 음료수를 쟁반에 받쳐 들고 다니면서 서빙해야 하는데 그게 어찌나 무거운지 몇 번 왔다 갔다 했더니만 손목이 시큰거리면서 아파오는 것이 아닌가..


다른 호주 사람들은 번쩍번쩍 들고 다니는데.. 

앞으로 체력 향상에 힘써야 할 것 같다. 


에이고...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


하지만 항상 나의 표어는 "NO VENTURE NO GAIN"인 만큼 다음 주에 가서는 잘해야겠다.


진짜 피곤하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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