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_새해 목표

by 주얼



전에 다니던 회사에선 새해가 시작되면 전 직원이 함께 회사의 작년 성과를 돌아보고, 올해 목표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1년 동안 이룬 것을 평가하고, 부족했던 것을 반성하며, 앞으로 이루어야 할 것을 다짐하는 건 분명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을 다잡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전업 작가로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지금, 그래서 나도 간소하게나마 나름대로 그동안 성과를 확인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보려 한다.


2024년, 글 쓰는 작가로서 내가 세운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였다. 매주 한 편씩 짧은 에세이를 1년간 꾸준히 쓰기, 상반기에 단편소설집 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반기에 장편소설 출간까지, 단행본을 두 권이나 출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전업 작가이니 목표를 낮게 잡고 싶지는 않았다.


짧은 에세이는 2월 1일 첫 편 「소박하지만 소중한」을 시작으로 2024년 12월까지 47주 동안 총 47편을 썼다. 앞으로 1월 한 달 동안 다섯 편을 더 써서 52편을 채우면 목표 달성이다. 한 편당 200자 원고지 10매 내외로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그동안 에세이를 많이 써보지 않았기에 어색하기도 했고, 매주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쓴다는 것도 말처럼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중간에 멈추지 않았고,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인다. 지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조금 더 집중해서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지어보려 한다.


단편소설집은 하반기로 넘어가기 직전 겨우 출간되었다(『당신의 판타지아』, 6월 25일 출간). 목표 달성을 위해 2월부터 5월까지 늦겨울과 봄에 걸쳐 도서관과 카페를 전전하며 단편소설들을 부지런히 썼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한 편은 방향을 잡지 못해 조마조마했는데, 3월 말 다녀왔던 일본 여행에서 얻은 영감이 실마리가 되어 방향을 잡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때 또 한 번 느꼈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가만히 앉아 고민만 하는 것보단, 불안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장편소설 출간은 끝내 실패했다. 하반기에 딱히 바쁜 것도 아니었고, 쾌적한 환경의 작업공간도 지원받았기에 쓸 수 있는 여건은 충분했다. 하지만 난 희미한 연기처럼 형태도 불분명하고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구상만 할 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실제적인 창작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반기는 훅 지나가 버렸고, 허송세월 시간을 허비한 난 작가로서 직무 유기를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장편소설 출간 실패는 없는 척 안 보이게 숨겨놓았던 나의 게으름을 다시 밖으로 드러낸 부끄럽고도 쓰라린 상처로 남았다.


목표 세 개 중 두 개를 이루었으니 그래도 나에게 소소한 칭찬 정도는 해줘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런데―야박한 것 같기도 하지만―선뜻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목표 두 개를 달성한 만족감보다 나머지 한 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불만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마치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못 이룬 목표 하나는 지금도 나를 신경 쓰이게 하고, 불편하게 하고, 화나게 한다. 아마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게으름을 떨쳐내지 못한 채 지레 겁먹고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제 2025년, 전업 작가 2년 차가 시작되었다. 2년 차라고 작년보다 딱히 나아지거나 발전한 건 없지만,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목표를 조금 더 높게 잡아 단행본을 세 권 출간해 보려 한다. 우선, 지금 쓰고 있는 에세이가 모두 마무리되어 52편이 모이면 잘 다듬어서 나의 첫 에세이집을 3월에 출간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2024년에 실패했던 장편소설 출간에 다시 도전해 6월에는 꼭 출간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6개월 정도 매주 한 편씩 원고지 20매 내외 분량의 짧은 소설을 써서 연말에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하고 싶다.


이 목표들을 모두 달성하려면, 아마도 무척 정신없을 것이다. 부지런히 쓰고, 부지런히 발표하고, 부지런히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건 전업 작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대단하다거나 엄청난 게 아니다. 그러니 겁먹거나 부담 갖지 않고 나를 들들 볶으며 어떻게든 해내 보려 한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약한 마음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찝찝함이 얼마나 나를 무기력하고 처지게 만드는지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또다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다.


별수 없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년 후 내 손에 쥐어질 새로운 책 세 권을 기대하며 해 보는 수밖에. 2025년 올 한 해, 나의 건투를 빈다.



_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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