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감기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졌다. 곧 괜찮아지겠지, 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웬걸, 월요일 아침이 되자 증상이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침을 삼킬 때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목구멍이 아팠고, 전날까진 없었던 잔기침도 슬슬 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가 완전히 꽉 막혀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서 수면 질도 좋을 리 없어 잠을 설쳤더니 몸은 무겁고 머리는 멍했다. 다행히 열이 있거나 몸살 증상이 있는 건 아니어서 독감은 아닌 듯했지만, 그냥 가만히 쉰다고 금방 나을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월요일 저녁엔 소설 쓰기 모임이 있기 때문에―아프다고 진행자인 내가 취소할 순 없기 때문에―어떻게든 몸 상태를 회복해야만 했다. 그래서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 서둘러 방문했다.
사실 난 웬만큼 아프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은 이상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조금 미련할 정도인데, 아내는 이런 나에게 제발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라고 하곤 한다. 사실 아내는 감기 기운으로 골골대고 있는 나에게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이 있으니 다녀오라고 진즉 말했다. 하지만 난 푹 쉬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이 사달이 난 거다. 아내 말을 듣지 않은 어리석은 자의 최후였다. 어쨌든, 병원에 다녀와 처방받은 약을 먹었더니 효과가 있는지 상태가 조금 호전된 것 같았다. 난 다행이다 여기며 소설 쓰기 모임은 문제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두 시간 내내 떠든다는 건 내 생각보다 더 몸에 무리를 주는 행위였던 듯하다. 모임을 시작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잠기기 시작하던 내 목소리는 모임이 끝날 때쯤 완전히 가라앉아 제대로 나오질 않았고, 목소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목 상태나 코막힘이 오전보다 더 안 좋아지고 말았다. 이렇게 나빠진 상태는 약을 먹어도 쉽게 나아지지 못했고, 결국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자그마치 수요일!―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왠지 난 그토록 가기 싫어하는 병원을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몸이 아프면 단지 신체활동만 제약받는 게 아니다. 아픈 게 지속되면 기분이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서 일의 능률이나 생산성도 크게 떨어진다. 생활 리듬도 깨지고, 외부 일정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마디로 일과 생활 모두 엉망이 되기 쉬운데, 안타깝게도 지금 내가 바로 그러한 상황이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작업은 생각보다 더 예민하고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정신적, 신체적 컨디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기침과 콧물이 멈추지 않고 잠도 부족해 이래저래 컨디션이 바닥인 지금 같은 상태로는 창작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회사에 다닐 때 몸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이 병가를 쓰고 결근하곤 했다. 그렇다고 회사 업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없었다. 내 업무가 처리되지 못하고 쌓이는 경우는 있겠지만(사실 이런 경우도 그다지 흔치는 않다). 만에 하나 내가 없어 회사 업무에 영향이 생길 것 같으면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체해 업무를 처리하곤 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그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조치였고(물론 나 대신 일을 처리해 준 동료에게 개인적인 고마움과 미안함은 느꼈다), 나는 항상 대체 가능한 자원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회사에 속한 사람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두가 그랬다. 하지만 작가는 적어도 글쓰기에서만큼은 대체 불가능하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쓰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대신해서 써주지 못한다.
다른 어떤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는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창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은―적어도 내 생각에―반짝이는 창의성이나 예리한 감수성이 아닌 바로 건강함이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는 제대로 된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건강하지 못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부터 힘들다. 그래서 나도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후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식습관도 바꾸려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이 상태인 걸 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지금 난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아플 때 날 대신해 줄 조직도, 동료도 없다. 적어도 전업 작가를 하는 동안만큼은 혈혈단신 외로운 존재다. 그렇기에 내가 가장 믿어야 하는 건, 그래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 내 몸, 즉 나 자신 뿐일지도 모른다. 내 몸에, 내 건강에 책임감을 느끼고 보다 더 면밀하게 보살펴야만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쓸데없는 고집 그만 부리고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자.
_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