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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Sep 29. 2020

우리 오분뒤에 만나..

그리운 친구에게 연락이왔다. 비행기로 10시간이상 날아가야 만날 수 있는 곳에 있다. 1년에 한번 9월에 국을 들어온다. 작년같으면 지금 얼굴을 을 터, 코로나는 1년에 한번 볼 수 있는 친구조차 막아섰다. 카카오톡으로 보스톡을 했다. 통신기술 가장 고마운 일이 바로 이것이다. 멀리 있는 친구와 무료로 음성통화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대학 때 늘상 붙어다녔던 친구들, 그 중 하나는 수원에 정착했고, 하나는 호주로 이민을 갔다. 호주에 간 S가 한국에 들어오면 우리는 연중행사로 만난다. '호주에 있으나 한국에  있으나 못만나는 건 똑같네 뭐' 하는 말로 서로의 그리움을 랜다.

스무살 시절에는 매일 붙어다니며 같이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그랬던 우리가 어느새 나이가 들었다. 이제 '잠깐 보게 나와' 할 수 없는 거리에 살고 있다. 각자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느라 통화 한번 하지 못하고 1년이 흐른다. 그리고, 마치 '우리 지금은 만나야 돼' 하듯이 S 매년 가을 날아와 우리를 불러모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마저 불가능하다.

오랜만에 음악스트리밍 앱에서 만난 넬의 노래는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듯 하다. 울컥 눈물 날뻔했다. 제목 '오분 뒤에 봐'...


뭐해 나 지금 근처에 와있는데
우리 잠깐 만날까
그때 마지막 본 게 언제였는지
너무 오래된 듯해
요즘엔 다 많이들 바쁜가 봐
보기 힘들다
...
오분 뒤에 봐
우리 자주 가던 그래 거기서 만나
정말 이러다 죽기 전에
몇 번 못 볼 것 같아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을 만큼
정신없이 지내고 있기는 한데
계속 맘 한 켠이 텅 빈 것 같고 좀 그래
채워지지가 않아
...


나의 일상이 나의 시간을 다 채우고도 늘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이유, 그리운 것들을 눈에 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려나. 전화 한통화라도, 영상통화라도 할 수 있는 짬이 분명 있는데도, 나는 그저 그리워하다 다음으로 미룬다. 채워지지 않는 한 켠은 어쩌면 자발적인 비움이었을지 모르겠다. 부지런한 사랑이 충만할 수 있는 법, 행동하지 않는 그리움은 아련하기만 할뿐이다.

그래, 복잡한 나를 잠시 내려놓고 움직여야 한다.

안녕 벗이여,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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