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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Oct 29. 2020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버렸다. 의사선생님은 잠시 설명을 멈추어주었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때문인지, 놓쳐버린 정신줄 때문인지 내 머리는 버퍼링 중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의사선생님은 설명을 들을 다른 형제가 있다면 전화연결을 해보라한다. 마스크 안으로 눈물콧물이 범벅이 된 채로 오빠에게 전화를걸고 의사선생님은 서울에 있는 오빠와 통화를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의 입에서 글자들이 튀어나와 허공으로 날아간다. 뇌동맥류...조영술... 코일...클립결찰..  날아가는 말들을 겨우 붙잡아 정신을 차리고 네다섯가지 서류에 모두 서명을 하였다.

엄마는 지금 괜찮다. 걱정하지 마, 그러다가 또 금새 이대로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마지막이 되는건 아닌지, 아빠를 집에 남겨 두고 온것이 잘한것인지 후회되었다. 이 엄청난 자리에 혼자 던져 것 같았다. 왜 이 무서운 상황을 내게 감당하게 하는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누구라도 옆에 있었으면, 괜찮을거라고 아무일 없을거라고 내 떨리는 손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전에 아빠도 괜찮으셨어. 2-3분에 한번씩 부정맥이 와서 흐려지는 의식을 전기자극으로 깨우기를 수십번 했어도 그사이사이 아빠는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무사히 치료를 마쳤다. 엄마도 그럴거야, 그때 아빠처럼 엄마도 괜찮을거야.

............


엄마가 중재시술실에 들어간 후 동생 부부가, 남편이 아빠와 함께, 언니가, 병원에 도착했다. 코비드 여파로 보호자 한명만 출입이 가능하다니 식구들이 와도 로비에서 기다려야 한다. 어느새 안심이 되었다. 가족들이 내눈앞에 나타나니 근거없이 다 잘될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의  불안과 무서움이 조금 사그라짐에도 또다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굴러떨어졌다. 이와중에   이제야들 오느냐고, 왜 나를 혼자 두었냐고 속으로만 따지고 있었다.

.............


엄마는 시간만에 시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가셨다. 나를 잘 알아보시고 혼자 집에 계실 아빠를 먼저 걱정하셨다.  이제 되었다. 정말로 괜찮은 엄마 얼굴을 보고서야  안도가 되었다. 2주간 후유증이 생기지않는지 세심히 지켜봐야 한단다.  엄마는 예상보다 빨리 일반실로 옮기고 눈에 띄게 회복해가셨다. 나는 수시로 연가를 쓰고 병실로 퇴근하여 보호자침대에서 잠을 자기를 반복하였다. 자식들 고생하니 내가 빨리 집에 가야지 하면서 엄마는 입맛이 없어도 수저를 뜨시고 복도를 서너바퀴 걸으면서 운동을 부지런히 하셨다. 어느새 이렇게 늙어버렸는가 모르겠다고, 엄마 간병을 해주지 못하는 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고, 아빠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게 둘수 밖에 없는 나는 또  달리 방법이 없어 심란하였다.

..........


입원한지 19일, 드디어 오늘 퇴원이다. 짐을 차에 옮기고 정산이 끝나기를  마음으로 기다린다. 거동을 못하고 말을 잃어버린 옆 환자들이 쾌차하기를 기원한다. 환자도 가족도 힘든 날들을 견디고 있음을, 퇴원하는 우리가 얼마나 부러울지를, 우리는 서로 모두 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또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또 어떻게 함께 이겨내는지...

힘든 과정을 겪고 나니 지금 이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

행복은 다른 것이 아니다. 아프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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