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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채물감 Aug 12. 2021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

지금의 나로 충분해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중에서.....



인사를 며칠 앞두고 누가 어느 부서를 가고 오는지 어느 부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이 많다. 갑작스레 인사대상이 되기도 하는 일이 심심치 않으니 인사철에는 누구할 것 없이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들썩일 수 밖에 없다. 떠나는 사람도 남을 사람도, 머무르고 싶고도 떠나고도 싶은 마음들이 보이지 않는 공기 속을 떠다니는 시기다.


하루 휴가를 다녀오니 하루새 부서 인원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현재 인원의 절반도 안남는다니... 그렇다면 절반도 안되는 인원이 업무를 또 나눠가져야 한다.

인력시장에 내던져지고 누가 어느 곳으로 가고 못가고는 어쩔 수 없이 뒷담화 소재가 된다.


인사철마다 이 직장에서 내가 겪어온, 쌓아온 경력들이 참으로 미미하게 느껴지고 자존감이 저 바닥까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떨어지는 자존감을 억지로 붙잡아, 내 가치를 알지 못하는 너희들이 손해라고 베짱을 부려본다 한들, 그것은 쓰러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뿐이다.


그리고 또 이런 나를 위로할 핑계를 열심히 찾는다.


서랍속에 넣어두었던 그림책 한 권.

여행중에 만난 친구들과의 짤막한 대화들 속에서 내가 위안을 얻어보려는 한 문장...

살면서 얻은 가장 멋진 깨달음이란,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피할 수 없다.

정말 지금의 나로 충분할까.

나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이 맞을까.

지금의 내 모습이 그래서 스스로 만족해도 된다는 것인가.

타인들이 인정해주지 않는 지금의 나도, 진실로... 지금의 나로 충분한 것일까.


진심은 통한다고 하였던가.

인사철에 통하는 진심은 정말로 그 자리로 가고자 하는 의지, 승진하고자 하는 의지였다. 원하는 바를 얻고자 열심히 원하는 바를 상부에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진심이었다. 진심은 보여야 통하였다.

나의 진심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진심이 아니었다. 진심이 아니니 통하지 않았던 것인가 보다.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이 인사평가에서 통하는 진심이라고 믿지 않은지 오래되었음에도, 타고난 성질은 그렇게 통하는 진심에 다가가기 어렵다.

그런 성질머리를 알고 있으니 다른 이의 통하는 진심을 시기할 자격도 없으나, 또 아무렇지 않게 포기도 인정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승자들을 욕하면서 나를 달랬다.

  --- 사실은 나처럼 진심이 통하지 않은 또다른 친구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위로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니까. 진심이 통하지 않아 낙심한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

마야가 노래를 했던가.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된다고....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   뒤쳐지는 나를 열심히 포장하면서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열심히 위로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그래서 이대로 불행하지 않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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