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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쮸댕 Sep 06. 2022

오목 별과 볼록 별

서로 다른 우리의 만남

우주의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의 별에 오목 나라와 볼록 나라가 있었다. 두 나라의 사람들은 손 모양이 달라 서로 친해질 수가 없었다. 자기들의 손 모양에 맞는 물건들만 썼기 때문이다. 두 나라 사이에는 높은 탑이 있었다. 어느 날 볼록 나라 아이가 탑에서 떨어졌는데 같은 볼록 나라 사람들이 잡으려고 하자 손이 미끄러져서 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오목 나라 어른이 아이를 잡았는데 찰카닥하고 두 손이 붙으면서 무사히 구할 수 있었다. 이후 두 별은 사실은 서로 친한 사이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달리했다.


미야케 야스코의 그림책 <오목 볼록 별 이야기>이다.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스물일곱의 나는 매일 상사에게 혼나고 깨져서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때 지금의 남편은 회사 동기였다. 그는 주변을 무심한 듯 관찰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나는 그의 공감능력에 감탄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그에게 위로받았다.


우리는 한쪽의 관심과 다른 쪽의 의지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한 번은 업무 푸시와 언행에 불만을 느껴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당신의 이러이러한 점이 견디기 힘들다.


다 써놓고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송 버튼을 눌렀다. 당시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된 코찔찔이 신입이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가까이 있던 남자 친구를 불러서 문자를 보여줬다.


나 잘한 걸까?

 잘했다고 칭찬해주길 기대하는 내 눈을 향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자로 그 사람이 바뀔까? 이건 하소연에 가까워. 감정에 치우쳐있어”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다. 뒤를 어떻게 수습할지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다소 냉담하게 들릴 수 있었으나, 정확하게 객관적인 피드백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상사의 반응은 되려 더 큰 비아냥으로 돌아왔다.


"네가 뭘 잘한 게 있다고 따박따박 대꾸야?”


사회라는 곳에서 우리는 관용과 이해, 용서 같은 것들을 바라면 안 되었다. 만약 그때 그가 철저하게 내 감정에 공감만 해주었다면, 우리는 함께 분노에 삼켜졌을 것이다. 사회의 자비 없음에 상처만 받다가 더 나아가지 못했을 거다.



엠비티아이 식으로 말하면 남편은 사고형 t 인간, 나는 감정형 f 인간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과, 타인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분야였다. 남편은 전자에 너무나 서툴렀던 반면, 후자에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만약 나와 닮은 감정형 인간을 배우자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우리의 기질은 증폭되어 감성으로 가득 찬 가정을 꾸렸겠지. 지나치게 기쁘고 지나치게 슬펐을 거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매일이 쨍하게 맑았다가도 거센 태풍이 몰아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당한 것만큼 또 도달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한 것. 적당히 냉철하고 적당히 따뜻한 것.


다르지만 그래서 친해질 수 있었던 오목 볼록 별 사람들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과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게 함께 사는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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