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표를 향해 가는 길.
내비게이션은 참 편한 기계다.
목적지만 찍으면 가는 길을 알려준다. 그뿐인가? 어디가 빠른지, 어디가 얼마나 밀리는지, 도착하는 시간까지 예상해서 알려준다. 우린 친절한 안내를 들으며 운전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 기계 덕에 우린 굳이 지도를 펴놓고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어졌다. 길을 헤맬 일도 줄었다. 기껏 갔더니 공사 중이라 돌아가야 하는 일도 없어졌다. '언제쯤 도착하냐?'는 친구의 물음에 예상 시간도 알려줄 수 있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게 된 거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으로 간다는 점에서 인생도 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다 보면 갈림길도 나오고, 막히기도 하고, 휴게소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운전과 인생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만 있으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운전과 달리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가다가 샛길로 빠질 수도 있고, 아예 목적지를 틀어버릴 수도 있다. 기껏 도착했더니 목적지 자체가 없어진 경우도 있다. 그걸 알기에 우린 인생의 갈림길에 선 순간, 엄청난 고민에 빠진다.
그럴 때면 내비게이션이 옆에서 친절히 길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에 빠지곤 한다. 어디가 가까운지 얼마나 걸릴지 알면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보통 내비게이션은 자신이 판단한 최적의 길을 알려준다. 국도보다는 대로, 대로보다는 고속도로를 우선한다.
하지만 가끔 빠른 길보다 색다른 길로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고속도로가 빠르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바다를 보며 가고 싶을 때, 우린 내비의 안내가 아닌 해변 도로로 향한다.
가는 길에 누구와 갑자기 약속을 잡을 수도 있고, 매번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을 때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럴 때 우린 내비의 안내를 듣지 않는다.
내비는 한동안'길을 잘못 들었습니다'라고 외치며 우리를 말린다. 마치 자신이 가르쳐 준 길이 아니면 틀렸다는 듯 한참 유턴을 추천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비가 내가 선택한 곳에 맞춰 새로운 길을 알려준다.
결국 내비가 있어도 선택은 늘 나의 몫이었다. 내비가 알려준 길이 아무리 빠르고 편하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그 길은 정답이 될 수 없다.
만약 인생에 내비가 있다고 해도 인간은 결코 그 안내에 순순히 따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인생의 길에 빠르고 느림은 있을 수 있지만 정답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