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마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강하고 깊게 믿을 수 있으면 나아갈 길은 절로 뚜렷해집니다. 그럼으로써 이다음에 올 격렬한 낙하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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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中
어둠 속을 걸을 때가 있습니다. 발을 헛디뎌서 도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사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고입니다. 그렇게 그곳을 걷게 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횃불을 만들어 암흑의 막을 거두는 한 편, 나머지 일부는 그저 걷습니다. 낙오된 나를 무책임한 시간은 남겨두고 나는 끊임없는 제자리일지도 모르는 곳을 걷습니다.
믿는 마음은 그럴 수 있겠습니다. 사고처럼 찾아온 낙하에서 작은 횃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류의 작은 빛은 그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낼 뿐 지도가 되어주지는 못합니다만, 無의 구렁텅이에서 그는 제법 좋은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혹은 동반자가 되어주기도 하겠습니다. 성냥불만큼이나 작은 것이지만, 퍽 탐나는 무엇입니다.
그래서 혹 그 믿는 마음이 약간은 터무니없고 내심 부끄러울지라도 잃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나약한 낙오자의 길을 함께하는 그에 대한 애틋한 마음 또한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