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의 이 멋없고 리얼리스틱한 세계에서는, 여름 아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편지를 태우는 일도 있단다. 세상에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단다. 겨울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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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태엽 감는 새 연대기_예언하는 새> 中
한 번은 누군가에게 혼이 났어. 그는 나에게 그러더라고.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느냐고,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말이야,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그의 말을 끝으로 나는 돌아섰어. 그는 나에게 왜 그렇게 모질었을까. 언젠가 나도 모르게 그의 인생에 누를 끼쳤나.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나에게 성을 내는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었어.
그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어느 한편, 문득 이해할 수 있었어. 잊고 살아가다가 정말로 어느 한편, 문득 인정하게 된 거야.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어.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이고 체화시켰어. 살기 위해, 나를 갉아먹어야 한다니. 고작 살기 위해서.
그는 견딜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나라는 순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