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나를 돌보는 미니멀라이프
03화
실행
신고
라이킷
59
댓글
3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주하
Jul 29. 2024
가벼운 살림
한때는 살림이 버겁고 힘든 때가 있었다.
청소는 해도 티도 안 나고 집안에는 잡동사니가 굴러다녔다
.
집안일은 해도
끝이 없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분이 들곤 했다.
깨끗하게 티 나는 집을 만들려면 몇 시간을 청소해야
했다. 공들인 깨끗한 공간이 오래가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몇 분 만에 어지르는 재주가 있기에. 그렇게 몸도 마음도 자주 지쳤다. 청소와 정리는 가능한 미루고 싶은 의무에 불과했다.
주변을 둘러싸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울수록
신기하게도 살림의 무게 또한 가벼워져갔다.
처음에는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다.
그저 여백에 의해 집이 깨끗하고 깔끔해진 느낌이었다.
오전에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서 환기를 시킨다.
침구를 반듯하게 정리한다. 전날 사용한 식세기에
건조되어 있는 그릇을 찬장 안에 넣어준다.
식세기 그릇들 정리하고 나면 아침에 사용한 그릇들을 씻어서
소창행주 위에 올려둔다.
조금 있다가 물기가 어느 정도 마르면 닦아서 제자리에 둔다.
모닝 루틴을 하고 집을 둘러보니
맑아 보이는 공간들이 마주한다.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다 해서 30분을 넘지 않았는데
집안은 금세 환한 모습으로 얼굴을 비춘다.
그 맑은 낯빛은 나에게도 어려있다.
이게 다 가벼운 살림 덕이구나. 싶다.
가벼워진 살림 덕분에 청소가 더 이상 힘들지 않고
집 정리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해야 하는 숙제 같은 일이 아니라
쓱 한번 후다닥 하고 나면 금세 끝나버리는 습관이 되었다.
일어나면 세수하고 씻는 습관처럼, 힘들지 않지만
매일 해나가는 일과 중 하나같은.
그리고 궁금해졌다. 어떻게 가벼운 살림이 될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표면 위에 물건을 잘 두지 않는다.
요리를 하고 사용한 재료들 모두 제자리에 바로 돌려둔다.
사용한 그릇 도구들도 거의 모두 찬장 안에 두기에
표면은 비어있는 공간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부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화장대에서 로션을 바르고 바로 거울 뒤의 자리에 둔다. 자기 전에 거실 바닥에 어질러진 것을 제자리에 두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에 이 공간들을 사용하려 할 때 깨끗한 자리가 마주하게 되고 산뜻한 시작을 하게 된다. 기분 좋은 시작은 이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져 이런 정리 루틴이 순환되게 도와준다.
그다음으로는 그때그때 바로 하는 것이다.
몰아서 하려면 뭐든 더 힘들고 일의 부피 또한 더 커 보이기 마련이다.
보이는 즉시 비워야겠다 생각이 들면 비운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요리를 하고
레인지 주변을 바로 닦아주면
오랜만에 닦을 때보다 힘이 덜 든다.
하여 요리가 끝나고 설거지가 끝나면 부엌 위를 한 번씩 싹 닦아준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해두면 집안일의 체감하는 무게는 줄어들어간다.
100의 무게를 100일 동안 나누면 하루에는 1의 무게이다. 반면
거의 세 달 만에
레인지 청소를 하려면 100의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매일 1만큼 조금씩 하게 되면 체감하는 무게 또한 줄일 수 있게 된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 수가 줄어들면 역시 살림의 무게는
줄어든다.
1000개를 소유함은 동시에 1000개의 물건을 관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1000개 대신 100개를 소유한다면 나머지 900개의 관리에서
해방됨을 뜻하겠다.
물건이 1000개에서 100개로 줄어듦은 900을 정리하고
관리할 시간과 노력에서 벗어남이다.
우리 집에 소유한 총물건의 개수는 세보지 않았다.
다만 미니멀라이프 1년 차와 9년 차인 지금과의 차이는
확연히 체감하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불필요한 많은
물건들을
비웠
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덕분에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집안일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주기적으로 세탁을 하고 옷을 개고,
침구와 소파 커버를 세탁하고 관리하고 바닥을 닦고 밥을
짓고 등등
일상은 살림과 함께이고 매일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집을 둘러볼 때면 살림에서 해방감이 느껴진다. 거대한 살림에서 가벼운 살림으로 옮겨오면서 짓누르고 있던 심리적 무게에서 벗어났기에.
가벼워진 살림 덕분에 살림하는 재미를 알아간다. 청소와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집이 밝게 웃는다. 심리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매번 사 먹던 물김치, 오이지, 비트피클 등을 담그기 시작했다. 살림에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다.
keyword
에세이
육아
미니멀라이프
Brunch Book
나를 돌보는 미니멀라이프
01
리스트의 물건들을 사지 않기로 했다
02
나를 돌보는 미니멀라이프
03
가벼운 살림
04
36개의 옷걸이
05
명품백 보다 에코백
나를 돌보는 미니멀라이프
주하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6화)
주하
소속
직업
크리에이터
글을 쓸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서 매일 쓰고 읽습니다.
구독자
207
제안하기
구독
이전 02화
나를 돌보는 미니멀라이프
36개의 옷걸이
다음 04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