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던 초기 목표는 오로지 새하얀 공간이었다. 최소한의 물건만 존재하는 공간을 소유하기 위해 물건을 비워냈다.
1일1비움부터 시작해 30일 1비움, 분기별 1비움, 1년을 돌아보는 1비움까지. 캘린더를 채우는 365개의 날짜와 날씨 처럼 비움은 내게 다변한 일상이었다.
가을이 다가오는 어느 날 이었다. 분기별 1비움을 하기 위해 몇 시간이고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있었음에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나의 기대와 달리 집으로 돌아온 가족 누구 하나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남편은 알아줄지 알았는데... 허탈한 마음을 속으로 삼켰다. 혼자 남은 밤 지나간 감정을 다시 그려보았다. 그제야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몇시간이고 땀흘리며 집에 쏟아부엇던 시간과 정성을 가족들은 몰라주어도 나 자신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남편에게만 집중하느라 정작 나라는 존재, 내면의 감정을 놓치고 있었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숫자'에 집중하는 것은 표면적인 비움이었다. 새하얀 공간은 남에게 보여지는 삶이었다. 나는 남에게 보이는 삶이 아닌, 내가 느끼는 삶을 살고 싶었다.
비우는 행위도 소유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내적성찰이 배제되면 물건이 주가 되는 삶이된다. 계속 비우기만 하면 비움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이유이다. 소비하기 위한 소비가 있듯이, 비우기 위한 비움도 있다. 결국 비움에 대한 강박도 물건에 대한 집착이다. 이를 지양하기 위해 '자족감'이 필요하다. 자족감은 스스로 넉넉하게 여기는 느낌이다. 즉 마음에서 물건을 비워낸 자리 만큼 내면을 잘 채우는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비어있던 내면에 자족감을 드리우자 이미 충분하다는 여유가 깃들었다. 꼭 새하얀 공간이 아니어도 단정한 공간이면 충분했다. 물건에 쏟는 시간과 노력을 나에게 쏟기 시작했다. 삶에서 중요한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다. 잊고 지냈던 '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학창시절 소녀의 꿈이었던 '작가'라는 꿈을 다시 품게 되었다. 매일 읽고 쓰는 하루 하루는 달콤하다. 이 꿀같은 걸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작은 성취감이 쌓이면서 나에 대한 믿음도 쌓인다. 이는 할수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져 삶의 경계를 풀어내어 성장의 발판이 되어준다.
미니멀라이프는 두 아이 엄마로 보내느라 잊고 있었던 '나'를 찾게 해주었다. 항상 아이들과 남편을 신경쓰느라 소홀히 했던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했다. 가장 가까워 존재조차 잊어버리기 쉽던 '나'를 돌보게 했다.
나는 오늘도 잡동사니 대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뜻 #미니멀라이프의미 #나를돌보는미니멀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