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비움 관련 글을 올릴 때마다 이웃님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으로는 “어떻게 하면 물욕을 비울 수 있을까요?”가 있다. ‘물욕을 비우기 어려워요. 비우고 나면 다시 바로 채워요.’ 같은 문장들과 함께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답하기 어려웠다.
오랜 기간 그 고민의 해결방안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제는 그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을 적어보려 한다.
첫째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담아둔다.
장바구니와 소비 사이에 공백을 두는 것이다.
처음 막 그 물건을 발견했을 때는 흥분상태이기 쉽다.
당장 그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객관적인 시야가 흐려지게 된다.
담아두고 며칠 후에 다시 장바구니를 들여다본다. 그 물건과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 처음 마음은 식어있다.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때 산다.
이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구별할 수 있다.
단순한 물욕이었는지 진짜 필요에 의한 욕구였는지 판단이 선다.
가짜 욕망이 걸러지는 것이다. 가짜 욕망이란 충동적으로 생성된 욕망이다. 이 가짜 욕망은 구매와 동시에 사라진다. 욕망이 다녀간 자리에는 물건만 덩그러니 남게 된다.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한 것이다. 단순히 도파민을 쫓은 소비는 더 큰 허전함을 채운다. 이는 더 많은 소비로 이어진다. 빈자리는 새로운 쾌락으로 대체된다.
가격이 높을수록 기회비용이 큰 만큼 장바구니에 오래 담는다. 천천히 그 물건과 여정을 그려본다. 이렇게 욕망을 후숙하다 보면 충동구매를 하지 않게 되고 건강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두 번째는 택배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쇼핑에서 함정이 있다면 바로 무료배송이다. 택배비는 2500~4000원 정도이고 스토어마다 무료배송 기준금액은 상이하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배송을 돈 주고 하려니 아까워진다. 무료배송 금액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사게 된다. 푼돈인 택배비를 아끼려다 훨씬 큰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추가로 구매한 아이들은 대부분 펜트리 행이다.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만 늘인 꼴이 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는 더 쉬워지고 지갑은 가늘어진다.
이제는 딱 필요한 물건만 구입 한다. 택배비는 세금처럼 당연히 포함된 값으로 받아들인다.
3000원 정도 택배비는 더 들지만 소비 욕망을 잠재울 수 있다. 덕분에 펜트리도 날씬하게 유지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반대로 눈에서 가까워지면 마음에서도 가까워진다. 그렇기에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의 방문을 줄인다. 백화점의 화려한 디스플레이와 세련된 향을 자주 맡으면 그 빈도만큼 물욕도 올라간다.
오프라인 쇼핑을 줄였다면 온라인으로 확대해 보자. 실은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온라인 몰에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방문하는데 어느 정도 물리적 제한이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에는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딜 가든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쇼핑이 가능하다.
쇼핑몰들은 적립금과 쿠폰팩까지 주면서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렇게 고객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이유가 있다. 앱은 온라인상에 가게 문과 같다. 가게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문 말이다.
웹에서 이름을 검색하고 클릭하고 기다리고 할 필요 없이 직통으로 쇼핑몰로 입장하게 된다.
인터페이스를 줄임으로써 고객에게 소비를 더 가까이 유도한다.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앱들을 제거한다. 홈 화면에는 실생활에 필요한 몇 개만 남기고 비운다. 핸드폰에서 가상 가게들이 사라지고 나면 소비와 거리가 벌어진다. 웹을 띄우고 이름을 기억해 검색하고 로그인하고 등등 이 과정이 번거로워서라도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눈앞에 감자 칩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계속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이성과 욕망 사이 환경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여 잠재된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감자 칩을 눈앞에서 치워야 한다. 환경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따라서 식욕, 물욕 같은 욕구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스템은 자동적인 환경 설정이다. 설정된 바른 환경은 안전장치가 되어 욕구를 제어하게 해준다. 날뛰는 물욕을 예전 보다 쉽게 줄여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