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05
어린 시절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그런데 배우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 상 학원에 갈 수 없었다. '학교 종이 땡땡땡'을 치고 싶어서 주일 교회 예배가 끝난 후 홀로 남아 피아노를 연습했다. 그저 들리는 대로 쳤다. 독학이었다. 엉망진창이었지만 즐거웠다.
청소년 시절, 계속 피아노를 연습했다. 교회가 가까운 편이어서 학교가 끝나고 교회에 들러 피아노를 치곤 했다. 텅 빈 교회 강당에서 나 홀로 남아 피아노를 쳤다. 악보를 볼 수 없었지만 코드를 보며, 들리는 대로 그냥 연습했다. 잘 치지 못했다. 멋스러운 연주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그 순간만큼은 사춘기의 질풍이 고요해졌다. 가정의 상처와 학업에 대한 부담에 자유로웠다. 홀로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시아의 피아노 친구
평생 가까이 두고 친구 같은 악기를 '반려 악기'라고 부른다. 시아에게 반려 악기를 선물한다면 그것은, 피아노였음 한다. 피아노가 시아에게 좋은 친구였으면 좋겠다. 배워야 하는 높은 장벽이 아니길 바란다. 그저 즐겁게 넘나들 수 있는 울타리였음 한다. 그래서 시아의 인생에서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이길 바란다. 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진솔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시아의 감정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시아를 안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소개하여줬다.
"시아야, 피아노야. 앞으로 친하게 지내. 아직은 칠 수 없어도, 앞으로 좋은 친구가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