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01
우리는 '햇살이'라 불렀다.
결혼 9년 차, 드디어 기다리던 아기를 임신했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아기를 기다렸지만 쉽게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임신소식에 말할 수 없이 기뻤다.
"태명은 햇살이로 하자."
아내는 태명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듣는 순간 아기의 태명은 결정되었다. 실은 아내의 별칭이었다. 아마도 밝은 성격 때문일 것이다. 아내는 자신의 별칭을 우리 아기의 태명으로 물려주었다. 햇살은 밝고 따스하기에 마음에 들었다. 어둠을 밝히는 아침 햇살처럼 밝고 따뜻했다. 그리고 태명에 아내와 똑 닮은 아기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햇살아'
배에 손을 올리고는 태명을 불렀다. 별 반응은 없었지만 태명을 부른 나에게는 반응이 있었다. 감격과 감사의 마음이었다. 그저 태명을 불렀을 뿐이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을 말이다. 생명은 햇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10개월 동안 아내의 뱃속에서 자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날 것이다.
자연주의 출산
햇살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솔직히 겁이 났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막연히 아내를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불연듯 결혼 초기 아내가 심장이 좋지 않았었 것이 기억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걱정으로 이어졌고, 두려움으로 번져갔다. 그저 아내가 건강하게 순산하고, 햇살이가 잘 태어나주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아내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바로 '자연주의 출산'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내는 꿋꿋이 나를 설득했다.
자연주의 출산, 그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산새들이 지저귀고, 평화로울 것 같았다. 처음에는 꼭 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조금씩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다. 처음에 트라우마로 남았던 출산의 공포도 서서히 옅어져 갔다. 중요한 것은 햇살이가 스스로 나와야 할 때를 알고 그 최상의 타이밍에 출산(birth)한다는 것이다. 분만이 아니라 출산이었다. 탄생은 그저 어머니의 고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혹시 양수가 터진 거 아냐?
예정일은 새벽 햇살처럼 순식간에 다가왔다. 예정일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긴장이 되었다. 첫 아이이기 때문에 예정일보다 늦게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예정일 11일 전날 밤, 아내는 양수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양수 터진 거 아니야?"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큰 진통이 없기 때문에 기다려보기로 했다. 새벽녘, 아내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짐을 싸서 병원에 갔다.
"햇살이가 빨리 보고 싶나 보다."
아내를 위안했고, 가는 내내 별일 없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병원에 도착했다.
"3cm 열렸어요. 자연주의 출산하신다고 하셨죠?"
간호사 선생님은 출산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다.
햇살이 마중하기
햇살이는 이미 우리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도 햇살이를 마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열 달 동안 하나였던 아내와 햇살이는 이제 조심스레 분리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아내와 햇살이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서로 잘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걱정스럽지만 티 내지 말아야 한다. 굳게 마음을 먹었다. 드디어 우리는 햇살이를 마중하러 우리만의 공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햇살이를 마중할 것이다. 반갑게 말이다.
'햇살아 잘 부탁해. 엄마랑 아빠가 햇살이 마중하러 지금 산부인과 왔어. 사랑하고 축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