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12개의 커뮤니티 탐방했다
3년 반동안 나는 100% 비대면으로 영국회사를 한국에서 다녔다. 이 기간에 코로나까지 겹쳐 내 몸은 한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 사회와는 소비자로서만 교류할 뿐 나의 소셜 활동은 제한되었다. 오후 12시에서 1시쯤 일을 시작하여 오후 10시 11시에 끝나는 나의 업무 시간으로는 소셜 라이프는 불가능했다. 남편 외에는 주중에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가 없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사람에 목말라 오던 고립감과 시차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악화로 퇴사를 결심하였다. 퇴사 후, 그동안 관심 있었던 커뮤니티들을 마음껏 탐방하며 서울을 경험하였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고립되었던 나의 포지션과 상황을 조직 밖에서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다른 관점을 알고 싶었다. 미디어에서 큐레이팅된 정보가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 커뮤니티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무언가 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껴 함께 하고 싶었다. 인터넷으로는 느낌과 맥락을 알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내가 기웃거리며 대면 모임을 통해 여러 번 만나며 인연을 쌓았던 커뮤니티가 총 11개였다. (퇴사 후 자금 사정이 좋지 않기에 비용이 적게 드는 커뮤니티를 주로 합류하였다.)
커뮤니티 활동은 내게 사람의 온정에 흠뻑 빠지게 하는 오아시스였으며, 다음을 준비하도록 하는 21세기 형 교육 기관이자 도서관이었고, 제2의 자아를 만드는 비밀 기지이기도 하였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난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교류하였다. 어떤 곳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는 강의식인 곳도 있었지만 했지만, 쓴 글을 서로 피드백을 주는 곳도 있었고, 어떤 사회 문제에 이대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모인 집단도 있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모이기도 했다.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함께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는 책모임 혹은 스터디 형태도 있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전에는 커뮤니티가 종교, 지역과 기관(institution)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면, 디지털 사회에서의 커뮤니티는 훨씬 다양한 목적을 갈증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지 않을까.
나는 커뮤니티가 도시가 재생 기회를 만드는 핵심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커뮤니티는 내게 아래와 같았기 때문이다.
재학습의 공간
객관화를 하며 자아를 찾는 공간 (자발적인 공간으로 어디서도 충족하지 못한 것들을 충족해 주는, 가장 본인으로 있을 수 있는 충족의 공간이다.)
정보와 네트워크 교류 공간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영역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도 된다.
특히나 평생 일자리도 없어졌다. 한번 배운 것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쫓아가기 어려우며, 세상은 더 다양하게 바뀌고 있어 학교 인연만으로 포지션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상 가족은 해체되고 있어 가족이 했던 일을 다른 형태로 충족되어야 하기도 하다. 한 개의 조직에만 있어서는 나의 포지션을 알기 어렵다. 그만큼 우리는 이를 뒤받쳐줄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커뮤니티는 새로운 사회 기반 시설(infrasturcture)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매번 강조되는 커뮤니티의 역할에 비해 운영하고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