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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흐 함 Aug 20. 2024

내가 애타게 찾던 무언가를 찾기 어려웠던 이유

공간과 디지털 정보 그 사이에서 계속 서게 되는 출발선

돌고 돌아 매번 돌아오게 되는 곳이 있는가? 잊고 돌아섰다가도 끈질기게 다시 묻는 질문이라던가. 처음에는 그 질문조차도 무엇인지 구체화하지 못한 채, 나의 질문에 해당되지 않는 질문과 답만을 제거하며 질문의 형태를 찾아가고만 있었다. 찾는 과정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오히려 멀어져 버렸다.  


내게는 '변화하는 공간'이 그러하다. 질문과 관심사를 찾아 시각, 산업, 디자인 이론 등등 디자인의 넓은 영역을 헤쳐 돌아보아도 나는 다시 공간으로 돌아와 질문하고 끈질기게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십오 년 혹은 그 이상 헤맨 결과, 헤맨 이유를 찾았다.

내가 찾던 질문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미미한 영역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관련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이득을 보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꾸준히 '변화하는 건물'에 대해서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움직이거나 미디어가 접목된 인터렉티브 공간이 처음 찾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왠지 내가 찾는 그 '변화'가 아니었다. 내가 찾고 있던 변화에 비해 너무 순간적이었다. 다음에 찾았던 공간은 모듈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변화를 찾고 있던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그것에 비해서는 한정된 변화였다.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체 계속 뒤적뒤적 걸리며 여기저기 정처 없이 공간 근처를 들락날락하였다. 그리고, 내가 찾고 있던 실마리를 찾은 곳은 디자인도 건축도 아닌,  도시 건축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정책은 여전히 실용화하기에 널리 배포되기에는 일러, 여전히 실험단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디지털화는 그 어떤 영역의 디지털화보다 현저히 그 속도가 느리다.


'변화하는 공간'이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7-80년대부터 꾸준히 논의되었지만 (주로 건축 비 전문가들이 위주로), '생산' 중심의 이해관계와 시스템은 내가 찾고 있던 '변화하는 공간'은 순진한 사치스러운 마냥 '있으면 좋을'생각일 뿐이었다. 내가 찾고 있던 '변화하는 공간'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우선순위에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유지 보수 관리'의 영역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산 중심으로 이루어진, 설계 및 구축 중심의, 경제 붐을 일으키는 데에 주축이 되었던 현대 도시 건축은 잘 유지, 보수, 관리한 경험이 비교적 부족하다. 이제까지는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 더 저렴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도시 건축은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물리적인 요소가 대부분이기에 관련 데이터를 디지털 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조직도, 운영 방식도, 디지털화하기도, 투명하게 운영하기도 어렵다. 건축계는 가장 디지털화 덜 된, 가장 불투명한 영역이지 않을까. 시공방식도, 현장 운영방식도, 심지어 기사를 따는 방식도 내가 과연 인공지능의 위협을 받는 2024년에 살고 있는지 의문인 요소 투성이다. 건축 현장을 갔다가 읽었던 인공 지능 관련 기사는 현실과 너무 큰 간극이 느껴졌다. 이렇다 보니, 건축계의 문화도, 처리하는 시스템도 교육도, 회사 시스템도, 모두 서로서로 맞물려서 불투명하고 디지털과 먼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건축뿐 아니라, 건축주, 은행, 부동산이 그렇게 구성되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할 수 도 있겠다. 이해관계자 간의 이득 구조가 그러하기 때문에 건축 전반이 그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는 것인지, 건축 전반 구조가 그러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그렇게 구축될 수밖에 없는지는 의문이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역사에서 도시 건축이 자리 잡은 방식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겠다. '카더라'이기도 하지만, 심지어 전 세계에서 기술 연구로는 제일이라는 MIT 부동산 학과에서 공부하시는 분도 디지털은 아무래도 관심이 별로 없는 이야기라고 하더라. 관련된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서 이기도 하고 믿지 않아서라고 하였다.


내가 찾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되자, 날아갈 듯 머리가, 몸이 가벼워졌다. 내가 마냥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다시 출발선에 선 병아리가 된 느낌이 들어 불안감도 함께 밀려왔다. 동시에 이미 먼저 자리를 찾은 이들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들은 어떻게 본인이 원하는 방향과 질문을 그렇게 빨리 찾을 수 있었을까 마냥 늦은 내가 답답하고 원망스러워졌다. 못 찾았던 이유는 알았지만, 이제는 질문을 깊이 파기에는 역량이 마냥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제까지 쌓아온 경험이 질문을 파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적합하지 않은 것들로 느껴진다.


뭐 어쩌겠어, 그래도 길을 찾아가야지... 이 질문들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 진작 할 수 있었겠지. 크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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