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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흐 함 Aug 06. 2024

디자인 연구가 쓸모없어지는 경우

디자인 연구가 하는 역할, 필요한 곳, 유용하기 위한 조건

연구. 영어로는 Research, 다시 찾는다는 뜻이다. 사회 과학이나 과학자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있는 디자인은 ‘변화를 만드는 도구로서 디자인을 사용 use design as a tool to make changes이기 때문에, ’다시 찾아보는 ‘ 연구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찾아보고 누울 자리가 어떤지를 확인하고, 미리 탐색하는 과정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고,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접근방법은 사회과학에서 차용한 부분이 많다. 다만 글 뿐 아니라 직접 만들거나 영상, 워크숍 등 다양한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부분에서 다르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다시 찾는 research’ 과정은 뿌옇던 짐작과 가설이 또렷하게 하기 위함이다. 내 경험상, 연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트렌드 탐색 exploration : 필요한 분야에 관련된 트렌드와 쟁점을 탐색한다. 다른 말로, 남들이 뭐하는지, 뭐 했는지, 같은 문제에 어떻게 다들 접근하고 있는지, 그리고 영향받는 요소는 무엇인지 탐색하고 둘러본다. 이는 프로젝트를 포지셔닝하고 다른 케이스로부터 학습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의 맥락을 더 큰 관점에서 엿볼 수 있다.

인사이트 발견 discovery : 기존 콘셉트이나 아이디어, 가설을 더 깊이 이해하고 표면 아래에 숨겨있던 진짜 원인과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새로운 지식과 인사이트 발견을 목적으로 한다.

사실 관계 확인 validation : 지레 짐작하는 내용을 사실 근거를 기반으로 명확하게 한다.

타당성 확인 legitmacy : 가설이 타당한지, 신뢰할만한지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증거를 모아 검증해 본다.

적용 가능성 테스트 feasibility : 가설이 현실 가능한지, 실행하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존재할만한 리스크를 미리 감지하고 완화시킬 방법을 모색한다.



‘다시 찾는’ 과정에서 여러 자료를 확인해 보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과거에 이미 행해진 기록과 연구 확인하고, 남들이 정리한 내용도 확인한다ross check.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확인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며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모호하고 추상적이었던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도 AI를 접목해 보자”라고 하여 연구를 시작할 때, AI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목적으로 쓰이고, ‘우리’는 어떤 케이스에 해당하는지, 이 케이스에는 어떤 AI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한지 등 해상도를 높이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모호했던 어림짐작을 분명하게 하는 과정은 문제가 생겼는데 예전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실행해야 할 때 의사결정의 기반이 된다.



한국에서 종종 디자인 분야의 연구가 허망하게 느껴진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우리도 “AI 좀 접목해 보자”라고 해서 ’다시 찾는 ‘연구 활동으로 해상도를 높여 놓아 ‘어떤 모델의 어떤 방식의 접근법을 적용해서 우리의 경우에는 AI로 이런 부분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래 우리 AI 접목해야 한다는 결론이네. “라고 ”내 말 그대로네 내가 말했잖아. 뻔하네 “라는 결론이 된다면 연구는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의사결정권자가 연구 인사이트를 듣고 접목할 생각이 없다고 감히 말하겠다.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이미 하고 싶은 방향 정해놓고, 그에 맞는 타당성을 채워주기 위하여 사용이 된다면, 혹은 변화할 마음도 들을 마음이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연구는 허망해지기 쉽다. 애초에 연구 목적이나 질문을 잘 못했거나, 범위 설정을 잘못했거나, 연구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리더나 결정 구조의 한계라고 나는 감히 말하겠다. 이런 연구는 무용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가설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이를 증명하는 연구로부터 발견하는 새로운 사실이 더 많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새로운 방향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국제기관이 ‘그들이 앞으로 20-30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달라’를 묻는 질문에,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질문이 틀렸다.’로 연구가 시작한다. 왜 이 질문이 맞지 않는지, 그래서 이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질문해서 다시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연구의 많은 경우가 '혁신 혹은 변화'를 위한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유용해지기 위해서는 이미 짐작하고 있는 틀 밖에 나갈 용기와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당연한 사실을 반복하는 부질없는 일만 된다.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필요하다.

연구의 목적: 무엇을 확인하기 위함인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함인가? 때로는 연구 목적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목적 없이는 연구는 망망대해를 무작정 걷는 행위와 마찬가지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틀린 목적이더라도 팀원 간에 합의된 연구목적이 있어야 무엇을 찾기 위함인지를 분명히 할 수 있다.

관련 이해관계자의 참여 : 연구 과정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뿌연 짐작을 뾰족하게 만들며 공감하여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하여, 관련 이해관계부터 확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음으로써 관점을 확장시키고 현실을 반영시킬 수 있다.

헤맬 수 있는 용기 : ‘왜’의 꼬리를 물고 물다 보면, 방향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방향을 잃지 않고서는 이미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결과밖에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미지의 세계로 확장할 필요도 있다. 

잡히는 결과물: 잡히는 tangible  결과물은 소통에도 중요하며 정리하며 프로젝트의 구조를 다시 만드는 기회가 된다. 나중에도 참고할 수 있는 기록이 되며 공유하기 용이하기에 확산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이 결과물은 더 독창적으로 접근해보기도 한다. 보고서가 될 수도 있어 웹사이트가 될 수도 영상이 될 수도 있다.

의사결정자의 리더십 : 의사 결정자가 새롭게 할 의지도 없고, 새로운 사실을 들을 생각도 없고, 본인의 생각만 고집한다고 하면, 아무리 새로운 발견을 하여도 연구는. 부질 없어지기 쉽다.



증거를 확보하고 언어를 명확하게 하고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는 디자인 연구 특성상, 사실 소규모로 빨리 의사결정을 해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정에서는 연구는 불필요한 합의와 확인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증거와 사실 관계 확인과 정당성이 중요한 더 많은 사람의 합의가 필요한 공공 정책, 공공 프로젝트, 재단에서 연구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연구의 목적, 의미 있는 연구가 되기 위한 조건, 그리고 무의미해지는 경우에 대해서 적어보았다. 사실 디자인과 디자인과 가깝게 걸쳐져 있는 비즈니스는 역설적으로 '감'에 의존하여 결정하기도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아무리 근거 기반으로 증빙하고 방향을 제시하여도  리더의 '감'으로 한순간에 다른 의사결정을 해버리기도 하며, 힘의 관계 power dynamic에서나 조직의 이익 추궁과 구조를 우선시해야 하는 이유로 연구 결과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결정되어 허망해지기도 한다. 한편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에 의존하는 만큼 사람의 공'감'은 꽤 강력한 변화의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읽으신 당신, 감사합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 디자이너로서 연구 경험이 궁금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코멘트나 인스타그램 DM(https://www.instagram.com/jjjjjujujujuju/)으로 메시지 언제든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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