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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 Nov 09. 2022

달고나 빵이라는 문화충격

내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유는 스물 다섯 살에 팔레트 앨범을 내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라는 가사를 담았다. 인터뷰에서는 그 때가 스스로 하는 생각이나 모습들에 대해 더 이상 놀라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나는 아직 스스로 하는 행동이나 말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점들이 많다. 최근 내가 한 생각 중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달고나를 좋아해서 설탕 눌어붙은 국자를 닦는 귀찮은 일을 마다해가며 달고나를 만들어 먹는 나는 남자친구와 각국의 달고나 변형 스타일 디저트와 달고나 빵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달고나 빵을 모르는 그를 위해 유투브로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 영상을 보다가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마음 속에서 튀어올랐다. 그 생각을 하고 아주 조금은 겁이 났다. 안 하던 생각을 하면 죽는다던데...! 혹시 무슨 일 있는거 아냐? 하고 남 일 이야기하듯 속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요 며칠 일을 하는 것이 즐겁지 않긴 했다. 하루하루 몸을 이끌고 어찌저찌 살아 나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말로만 듣던 번아웃이 온 건가 긴가민가 해 하는 중이었다. 물론 지난 1년동안 정말 열심히 일한 것은 맞지만 짧은 시간 안에 번아웃이 왔다고 말하기는 어딘가 민망하다.


걱정 없이 살던 때가 그리워서라기엔, 스무 살 때가 더 아무 걱정 없고 희망찼다. 애늙은이였던 초등학생 시절 나는 스무 살의 내가 할 걱정들을 미리 하고 있었고 스무 살 때 나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며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찬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군가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냐고 물었을 때 언제나 "없다"라고 말하며 앞만 보고 살아온 사람에게 어릴때로, 특히 달고나 빵을 먹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답은 달고나 빵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달고나 빵을 처음 먹어본 것은 초등학생 시절이다. 매일 보던 납작하게 눌려 모양 틀이 찍힌 달고나가 아닌 도톰한 모양에 막대기가 꽂힌 모습을 보았을 때, 어쩐지 이질감이 들었던 나는 자연스레 납작 달고나단(?)의 일원이 되었다. 


달고나의 즐거움은 그 맛에도 있지만 납작하게 눌린 것을 조각 내어 가며, 실은 모양대로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조심조심 먹다가 한 번 모양에 금이 가면 절반은 아쉬워하고 절반은 후련해하며 그때부터 마구 부숴 먹는 것에 있으니 도톰하게 생겨 사탕처럼 빨아 먹어야 하는 달고나 빵은 수상하고 요상한 존재였다. 옹기종기 달고나 아저씨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차례를 기다리며 누군가 달고나빵을 살 때마다 '저걸 왜 사지?' 하는 생각을 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food-taste/2021/10/09/34MPX5ILIBAHDE6KTEH7PGKDXY/


그러던 어느 날, 갓 만들어진 달고나 빵을 아무도 사려는 아이들이 없자 빨리 달고나를 사먹고 싶다는 마음에 덜컥 그 시절 거금 500원을 주고 달고나 빵을 사서 바로 한 입 베어물던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제법 단단해진 달고나 빵 표면 아래로 아직 굳지 않은 달고나가 쫀드기나 마이쮸처럼 쫄깃하고 부드럽게 다양한 식감으로 내 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토록 맛있는게 있었다니! 그리고 그게 내가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던 그 '달고나 빵'이라니...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내게 그토록 큰 맛의 충격을 안긴 달고나 빵이지만 너무나 빨리 굳는 성질 탓에 납작 달고나였다면 남김없이 먹어치웠을 양임에도 먹다 남겼다. 비닐 속에 담긴 초등학생이 먹다 남은 달고나는 끈적였고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불쾌한 구석이 있어 내 인생 첫 달고나 빵은 불편한 사람에게 자꾸 오는 카톡처럼 마음 한 구석 찝찝하게 달라붙는 어딘가 불쾌한 엔딩으로 끝났다. 


어쨌거나 달고나 빵은 그 첫 입의 강렬한 추억 덕분에 나에게 '문화 충격'의 상징이 되었다. 달고나 빵과의 끝이 어땠는지는 기억을 되짚어보며 글을 써야 하지만 첫 한 입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그런 새로운 충격과 자극을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자극에 설레였던 순간,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신 문명에 감명을 받았던 기억. 달고나 빵은 내게 그런 기억이다.


그러니 일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는 내게 달고나 빵을 먹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온 것은 나를 설레게 할 새로운 자극을 찾아 준비하려는 것으로 희망차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냥 내가 먹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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