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정답은 심장에 있다
시작은 개인적인 변화 때문이었다. 지난 2017년 4월 중순에 태어난 둘째 때문에, 난생처음으로 4주 간의 육아 휴직에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아내가 신생아와 밤낮 씨름하는 동안, 유치원에 갓 입학한 4살 난 첫째 아들의 생활 전반 및 마음 상태를 관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오히려 잠은 더 부족해졌지만, 하나 좋은 점은 회사를 다닐 때보다, 무엇이든 읽을 수 있는 고요함이 중간중간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날이었나, 그러니까 참 우연한 일이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거의 몇 년간 읽지 않았던 <한겨레 21>을 집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우한 글은, 지금은 잡지의 전 편집장이 된 안수찬 기자의 "김수경"이라는 편집장으로서의 마지막 글이었다. (이 기자 분을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예전에 한참 <한겨레 21>/<한겨레> 애독자 시절이 있었고, 그분의 예리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스위스 제네바 체류 시절에는 필자도 직접 히잡 논란 뒤에 감춰진 진실이란 글을 기고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육아휴직의 시작점에 이 글을 만난 것은 어찌 보면 운명과도 같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의 짧고 담담한 글은 너무나 멋있었다. 사람의 품격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운 글이었다. 생각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그가 편집장직을 내려놓음을 이야기하며, 글의 말미에 (글의 큰 주제와는 관련 없이) 적어 놓은, 개인적인 삶의 출사표였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마주한 필자의 갈망을 그 글에서 슬쩍 엿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젠 책임의 세계를 떠나 좀 재미나게 살려고 한다. 그동안 나를 괴롭힌 또 다른 물음에 답하려 한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 나는 무엇으로 이뤄졌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무엇이 진짜 나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마음으로 다른 부문에서 새 일을 시작한다...... 중략...... 삶은 모호하고 애매한 틈새에서 우연적으로 자라난다. 삶을 낙관하기란 그래서 쉽지 않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도리가 없는데 어찌 미래를 긍정하겠는가. 다만 인류 진화의 오랜 결과로 우리는 자기보호 본능을 갖고 있으니, 괜찮아, 괜찮을 거야, 괜찮아질 거야, 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머리로 비관해도 심장으로 낙관하며 살아낸다. 그리고 대개의 정답은, 오래전 이 지면에 적었던 것처럼, 심장에 있다."
"나를 왜 일하는가"라는 주제로 떠난 마음의 여정, 사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실 비즈니스 스쿨(MBA)에서 알려주는 - 꼼꼼하게 조사하고 앞뒤 전후 따져보고, 계산하는 -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이나 우선순위 매기기 (prioritization) 등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눈 앞의 효율적인 결정이나 현실의 일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긴 하다. 그게 당연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풀어야 할 숙제가, 과연 지금 서있는 이 자리가 올바른 곳인가, 내 삶을 "시적으로"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인가라는 등의 삶과 일의 본질적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라면, 그 정답에 근접한 정보는, 안수찬 기자가 적은 것처럼, 역시 우리 심장에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적으며 대학 졸업 후 지난 15여 년간 내게 주어졌던 기회들을 고요한 마음으로 복기해 본다. 감사하면서도, 마음 어딘가가 쓰리기도 하다.
문득 질문이 생겼다. 그런데 선택의 기로에서 심장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현실을 사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며, 내면의 갈망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되내이다, 내 마음과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자기관리 방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