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9.2 / 10.0]
처음엔 죽음에 대해, 그다음엔 이별을 대해 말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공허함 그 자체를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곱 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느꼈던 제 감정의 변화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소설 속의 공허함은 아이를 잃은 슬픔, 반려 동물과의 이별, 연인과의 결별, 대화할 수 없는 외로움, 남편과의 사별 등 때문입니다. 어느 것 하나 덜 고통스럽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남은 삶을 살아갑니다.
소설에서는 그들이 남은 삶을 잘 살아간다는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슬픔과 공허함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은 슬프지만 너무 차갑지 않은 문장들이 그냥 그렇게 잘 살아간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되려 위로가 되기도 했고요.
언제고 시간이 지나면 슬픈 시간은 무심한 시간으로 쓰라린 상처는 옅은 흉터로 변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1.
출산은 순조로웠고 모두 그 아기를 좋아했다. 아기의 울음소리. 천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천여 명의 인간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한동안 단지 내에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2.
곽 교수는 별로 놀라지 않는 투로 '그럼 그때 어떻게 살았느냐'고 했다. 나는 '그냥 어떻게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곽 교수의 '별로 놀라지 않는 투'가 고맙다고 생각했다. 어느 화제든 상대의 진심도,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 태도가 담백하고 노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