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hn Mun Mar 14. 2019

<라틴어 수업> 한동일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

이 책의 제목은 ‘라틴어 수업’입니다. 그리고 부제를 덧붙여 말하면,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입니다. 부제와 함께 말할 때, 책의 내용과 제목이 더욱 잘 어울립니다.

 

저자인 한동일 신부님은 라틴어 지식을 전달하며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함께 풀어주고 있습니다. ‘라틴어 지식’ +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유럽 문화에 대한 배경 설명’ + ‘자신의 삶에 대한 고찰’을 짧은 글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합니다. 라틴어 공부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좋은 글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독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에 대한 약력을 보면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입니다. 성당도 다니지 않는 저는 사실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라는 위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고견을 따라가다 보니, 이 분이 지닌 사고와 겸손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실제로 이 책은 신부님께서 서강대학교에서 진행하신 라틴어 강의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쓰인 강의에 기반한 책이지만, 대학생이 아닌 세대에게도 귀감이 되는 글귀들이 많습니다. 한 가지 내용을 소개하자면, 초반부에 실린 ‘첫 수업은 휴강입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라틴어 강의의 첫 수업을 휴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첫 수업에 중간고사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과제는 ‘데 메아 비타 (De mea vita)’, 우리말로는 ‘나의 인생에 대하여’라고 합니다. 그리고 휴강을 하면서 작은 숙제를 하나 제시하는데 운동장의 아지랑이를 관찰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리고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살피라고 조언하신다고 합니다. 어떤 강의일지, 이 책은 어떤 내용일지 감이 잡히시나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리뷰에 남기자면, 이 강의는 제 모교에서 진행되었던 수업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수업이지만 제가 대학생일 때 한참 인기 있었던 강의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많은 선배와 친구들이 이 강의를 수강했고, 또 추천도 더러 했습니다. 이 강의를 추천한 이유는 사실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라틴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와 두 번째는 ‘학점을 따기 쉽다’입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두 번째 이유로 이 수업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던 전공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교양은 듣지 않는다는 약간의 고집 내지는 아집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목표가 있어 한 곳에만 집중하는 어리석은 대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라틴어 수업은 시간낭비다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이 강의를 듣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넓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이 수업을 들었더라도 여전히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니면 제가 조금 여유 있는 상태가 되다 보니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먼저이든 이 책이 전해주는 내용은 마음 따듯한 것이 분명합니다. 라틴어에 관심이 없는 분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류쉬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