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언어들 #김이나 #위즈덤하우스
평소에 읽는 주제와는 많이 다른 책을 읽었습니다. 삶에 여유와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독서에도 여유를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작사가이자 방송인인 김이나 님의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입니다.
말 그대로 일상의 보통의 언어를 주제로 한 짧은 글들을 엮은 책입니다.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온전히 담겨 있는 것 같아 따뜻한 글들이 참 많았습니다. 독서가 힐링이 되는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따뜻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독서하기를 원하신다면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1.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2.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3.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4.
분명한 건 이 문장의 의미를 곱씹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을 경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입버릇처럼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 표현을 비난조로 사용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의 “걔는 이해가 안 가”라는 말을 벌거벗기면 결국 그 말은 ‘걔는 잘못됐어’ 또는 ‘걔는 이상한 애야’라는 의미더란 말이다. 그걸 느끼고 난 후부터 입버릇처럼 이 말을 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자신의 비좁은 경험치나 견해를 고백하는 걸로 보이기 시작했다
5.
사람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쉴 새 없이 자기의 단점을 고백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급적이면 좋은 걸 더 많이 보는 사람은, 아마도 안에 좋은 게 더 많은 사람일 테다
6.
나이와 상관없이 이런 태도를 가진 자들이야 답이 없다 쳐도, 나이와 밀접한 상관이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서글프다. 삶에 지쳐, 육아와 회사에 지쳐, 체면이란 게 사치인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태도일 테니 말이다. 수줍음이 있는 어르신이 된다는 건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소망한다. 시간이 흘러도 나 또한 염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길.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개인으로의 매력을 유지하는 남녀의 공통점으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 점’을 꼽는 편이다. 또 잘못이 밝혀져도 뻔뻔스럽게 구는 사람을 손가락질할 때도 ‘부끄러움이 없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7.
중학생 시절, 집으로 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장면이 이상하게 잊히질 않는데 바로 그 장면의 제목이 내겐 ‘서글픔’이다. 서글픈 누군가는 슬픈 누군가, 서러운 누군가와 달리 본인 스스로는 정작 슬프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글픔에는, 왠지 모르게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아픔이 담겨 있다. 즉 나의 감정이 개입된 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서글프게 본다는 문장에는 이전의 히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미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니까.
8.
묻다. 품다
분명한 건 둘 다 ‘차마 어쩌지 못해’ 내리게 되는 결정들이라는 거다.
9.
자존감은 근육 같은 거예요. 한 번 높아지면 계속 높아져 있는 게 아니죠. 그냥 높아질 때도 있고 낮아질 때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근육처럼 키워야 해요. 가끔 약해졌을 때는 또 쉬었다가, 다시 운동해서 키우고, 그렇게 반복하는 거죠.
10.
어떤 이유로든 내게 소중한 누군가의 앞에서, 그에 맞는 나의 역할 또는 모습이란 건 분명히 있다. 가면과는 분명히 다르다. 중요한 건 내가 팀장임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모든 팀원들은 결국 나라는 줄기에서 뻗어난 가지라는 걸 잊지 않는 거다.
11.
겁이 많다는 건 단순히 벌레나 귀신을 무서워하는 그런 것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겁이 많은 자들은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를 아는 자들이다. 또 자신과 얽힌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일에 대한 신중함이 있는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