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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y 01. 2021

<여름을삼킨소녀>넬레노이하우스

#여름을삼킨소녀 #넬레노이하우스 #북로드 [평점 7.0 / 10.0]


90년대 미국 중서부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10대 소녀인 '셰리든'의 성장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셰리든과 저의 나이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10대에 경험한 사건들은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격정적이고 다소 외설적일 수 있는 연애, 비밀스럽고 혼란이 가득한 가정사는 그의 삶을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기대하고 읽었는 데, 생각보다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스토리를 즐긴다는 느낌보다는 주인공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겠습니다.


1.

여름이 끝날 무렵, 대니와 나는 작별 인사를 했다. 키스도 없었다. 그의 빨간 트럭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를 그리워하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2.

어제 오후에는 처음으로 그와 키스를 했다. 그는 대니처럼 능수능란하지 않았고 그렇게 흥분되지도 않았지만, 나는 무릎이 바들바들 떨리는 척했다. 브랜던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었지만 기분은 정말 엉망이었다.


3.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완벽하게 잃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하지만 바로 이게 내가 갈망하던 것이었다.


4.

“셰리든, 살다 보면 말이지, 삶에 그늘이 드리우게 돼. 갈등, 경제적 어려움, 거짓말, 질병,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런 그늘이 몇 겹이나 겹쳐지기도 하지.”


5.

“아이고, 귀부인께서 수다를 떠시느라고 부엌일도 내팽개치셨어요? 그것도 오후 내내?” 이모가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만해.” 아버지가 끼어들자 이모는 입을 다물었다. 부모님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아내고,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는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으려니 기분이 무척 묘했다.


6.

친엄마처럼 그냥 사라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네 가지 있었다. 첫째 이유는 아버지였고 둘째는 니컬러스, 셋째는 30년 전에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고 싶다는 거였다. 넷째 이유가 가장 중요했다. 레이첼 이모가 의기양양해하는 게 싫었다.


7.

아버지가 그런 사실들을 아는 게 싫었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순수하고 잘 웃고 매력적이고 싹싹한 셰리든, 아버지가 젊은 날 사랑했던 여인의 딸. 지금 나처럼 망가지고 더럽혀진 쓰레기가 아니라.


8.

“위대한 땅이 반드시 위대한 인물을 낳는 건 아니에요.” 나는 어느 책에선가 읽고 외워둔 문장을 인용했다. 100퍼센트 옳은 말이었다. “이곳에는 아주 편협하고 멍청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곧 아시게 될 거예요.”


9.

얼마 전부터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멜로디를 연주했다. 제목은 아직 붙이지 못했고 피아노로 쳐본 적도 없지만 가사는 이미 생각해뒀다. 실망스러운 사랑과 끔찍한 비밀을 노래하는 동안, 몇 달 전부터 조심스럽게 억눌러뒀던 외로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10.

환희와 열정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비참한 양심의 가책뿐이었다. 우리는 말없이 옷을 입고 스치듯 키스를 한 뒤에 그는 자동차로, 나는 나무 아래서 기다리는 웨이사이더에게로 돌아갔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장에 올라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이날 저녁만큼 외로움과 비참함과 죄책감을 깊이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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