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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 Nov 03. 2024

여행하는 삶

여행하며 살 수 있길 바랐다.


어느 순간부터 삶이 여행처럼 다채로워졌는데, 알고보니 옆동네 살던 새로운 친구와 내가 통한다는 걸 발견했다던가, 나비가 춤을 추듯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던가, 먼발치에 떨어져 있는 뽀얀 솜뭉치가 알고보니 이슬이 빼곡히 맺힌 거미줄이었다던가 하는 때였다.


운전을 힘들게 하는 새벽 6시의 뿌연 안개, 오후 4시의 호수공원에 떨어지는 눈부신 빛무리, 아침 8시에 산 속에 떨어지는 하나의 빛줄기가 키워낸 나무.


무모함과 불안정을 거세해버리려는 거대한 물줄기에서 벗어나고 나니 깨달았다.

사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었다는 것을.

사주에 역마살이 껴있는 게 분명한 나는 제자리에서 여행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너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사진은 그저 데이터를 차지하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36장만 찍을 수 있는 필름카메라만 들고 일주일을 산다면 너는 무얼 찍을지 궁금해졌다.


photo by hohophoto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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