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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 Aug 29. 2023

사람을 배우고 있습니다-(1)

우프로 시작된 인연

“나 시골 가서 살 거야."


친구에게 가족들에게 어딜 가나 밥 먹듯이 외치던 말이었다. 내가 시골에 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잘 찾아오기 힘든 산속 오두막 같은 곳에 고립되어 살고 싶다는 뜻이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살건 말건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동물들을 여럿 키우면서. 

 시골살이에 대한 욕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학창 시절에 부모님 따라 놀러 갔던 시골은 그저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운, 벌레도 많고, 불편하고, 부족한 곳이었는데. 


 스무 살 때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부터 자연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사람에게 피로를 많이 느끼던 나는 자연에 있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회사에 다니고,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치이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혼자 있을 때는 사람을 만나기를 회피했다.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하곤 했다. 여행을 다닐 때에는 자연 속에 숨어있는 한적한 펜션을 찾아다녔다. 산멍, 불멍, 물멍 때리는 것을 좋아했다. 뉴스에서 이런저런 흉흉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더더욱 마음 속에 인간혐오가 자라고 있는 것을 느꼈다. 자연은 내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던 나에게 답을 주는 것 같았다. 

 

결심했다. 빠른 시일 내에 시골에 가서 살기로.




친가에도 외가에도 시골 마을에 사는 가족들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무작정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귀촌한 사람들의 유튜브를 찾아보고 책을 읽었다. 서울에서 귀촌한 사람들과 마을 원주민들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구입한 땅의 경계를 확실히 하고 싶은 서울 사람들과 여태껏 살아오던 땅과 집의 경계가 갑자기 바뀌는 것이 당황스러운 주민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모른 채하며 살아간다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강제로 내 구역의 땅에 말뚝을 박고 '법대로 해!' 식의 접근 방식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발전기금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얼마가 적정 요금인지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이용내역이 투명하지도 않다. 이를 내지 않으면 마을 총회의에 참석도 못 하고 공공시설물을 이용하지도 못하게 한다고. 아니, 대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기만 했지 지방의 대부분이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렇게 귀촌인들에게 각박한 게 현실인가. 서울 오면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아니라 시골에 가면 눈 뜨고 코가 베이는 것이 지금의 상황인가 보다. 


하지만 잘 살펴보니 실패사례보다 잘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실패사례가 뉴스에 나오기 때문에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었다. 실제 귀촌해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단체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가 생각났다. 유기농 농장으로 등록된 농가에 가서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비화폐 교환'의 방식으로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세계적인 단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자본으로 환산되는 사회만 알고 지냈는데, 이렇게 서로가 필요한 것을 교환하는 식의 거래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 신선했다. 우프에 멤버십 등록을 한 후 가보고 싶은 농가들을 쭉 둘러보다가 눈에 띈 곳은 단양에 위치한 '달팽이 텃밭'이었다. 


우프 농가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했고, 1주일도 가능한 농가 중 그나마 채식주의자도 수용해 줄 수 있는 곳, 그리고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나왔던 곳. 그렇게 나와 남편의 첫 '찐'시골살이 체험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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