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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Nov 27. 2022

사랑

겨울밤에 쓰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은

외면할 수 없는 생의 강력한 동기

사람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버리는

마음이 모여 결국 가닿는 지점

세상의 모든 필요들을 무용하게 만드는,

오직 단 하나의 필요가 되는 이를

마음에 품어보는 일



비효율성과 비합리성이 우월하게 자리한

비이성의 영역이 자리한 세계

시작되어버린 시작같이,

어떤 이가 투명하게 제멋대로 마음에 내려앉는 일


사람이 빛과 같이 찬란하게 흩뿌려져서

내가 사는 세상을 가득 채워 버리는 일,

그리고 그 속에서 호흡하며

생명의 힘을 얻는 기적을 경험하는 일



사랑은

유한의 속성을 망각하게 하는

영원을 꿈꾸게 하는 힘을 부여하고,

시간의 길이와 비례하지 않는 마음의 거리는

제멋대로 시간을 넘나들며

사랑 앞에서 시간의 힘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때가 되면 오고야 마는 계절같이,

생의 필요에 의해 닿게 되는 한 사람이라는 계절

그 계절에 머물며

자기 자신을 심고 내어주는 경험을 하는 일.

한 사람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무엇으로 남게 되었든,

끝끝내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기어이 알게 되는 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일.


사람은 시간의 굴레 속에서

사랑이라는 순환의 주기를 돌며

영원을 꿈꾸는 존재인 것일까.


사랑 속에 머물러야,

삶은 살아지는 것인지도...

나아가지는 것인지도 모르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은

언제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라도

생을 이끄는 동력.


살고 싶은 마음을 먹게 만드는 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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