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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Apr 30. 2023

슬픔도 팔자려니

한숨을 뱉어낼 아주 조금의 시간,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달랠 만큼만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자리, 참지 못하고 울게 되면 눈물을 닦을 휴지가 주머니에 있다는 건 위안이다. 터놓을 곳 없는 슬픔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움켜쥐었던 따듯한 손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어 비어있는 손을 만지작 거리다 발걸음이 카페 앞에서 멈췄다. 따듯한 것을 조금 더 손에 쥐고 싶었을까,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따듯하고 달달한 라떼를 기어이 시키고야 말았다. 오늘은 스르륵 잠드는 것보다 지금 당장의 위로가 필요하니까 잘한 일이라 생각해야겠다면서. 커피 덕분에 명료한 정신으로 새벽까지 오~래 슬픔에 잠겨있다가, 당장의 위로가 급하다며 커피를 시킨 나를 원망한다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잠들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두 눈을 꼭 감고 뒤척거려도 이건 다 내 탓이오~하는 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일요일 저녁의 한산한 기차역에서 따듯한 라떼 한잔을 손에 들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 얼굴 속에서 아쉬움과 반가움을 엿본다. 여기서 울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이며 따듯한 한 모금을 꼴깍 넘기며 울음도 삼킨다. 눈물 몇 방울은 실패했다. 조용히 또르르 흐르는 것을 닦아내고 다시 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고른다. 주머니 속 휴지를 꼼지락거리면서, 다시 꺼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반복되는 헤어짐에서 유달리 헛헛한 오늘의 이유를 찾지는 못하였지만, 이 이별은 반복하고 반복하여도 익숙해질 리가 없다는 걸 다시 주지 시켜도,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몰라서 이런 날은 좀 울어내야만 한다. 왜 이리 얼굴이 부었냐는 말에 ‘라면 먹고 잤어요’라고 웃으며 말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엉엉 울어버려야겠다.



울 계획도 세워야 하는 나는 내가 피곤하다. 이 정도면 슬픔도 팔자려나 싶게 서럽고, 정말로 겁이 나게

헛헛한 저녁이다. 웃음도 팔자려니 한 삶으로 팔자를 고쳐보자는 다짐을 하고 오늘은 열정적으로 울어버릴 거다.


울다가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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