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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Feb 03. 2022

내 안의 시선과 맞닿다

나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

상처받지 않는 영혼 그분을 나에게 소개해줬다. 나는 그분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날 이후로 그와 나는 한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고 내 삶의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만남이었다.



'난 네가 존재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언제나 함께 였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가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다.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 제1장 제목은 '마음의 소리'이다. 익히 유명한 이 책의 첫 시작은 이러하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 뭐였더라? 이런, 벌써 그녀가 저기 오고 있는데. 뭐더라... 샐리, 수우? 바로 어제 들었는데 내가 왜 이러지? 이거 참 난감하군.'


이 책 한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음의 독백을 서두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했다. 그러고 보니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내 안의 소리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포함하여 내가 만나는 사람들, 오늘의 날씨,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등등 매 순간 나 자신과 관련된 주변을 중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계를 넘어서서 이러쿵저러쿵 나의 판단들이 뒤섞인 채로 나의 머릿속은 말 그대로 '목소리 대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그것도 하루 종일!


나는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고 마음을 쓰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을까. 그 목소리가 바로 나 자신의 소리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 목소리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어보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갈 기회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 마음의 소리들을 따라 허둥지둥 불안해하며 바삐 살아서 일까... 곧 방전되기 직전까지 나의 에너지를 끌어다가 쓰며 매일을 버티는 기분이 들곤 했다. 매일이 지겹도록 피곤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이 책은 내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목소리를 알려줌과 동시에 이 소리를 듣고 있는 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도와주었다.


책을 읽을 때 내 안의 목소리는 부탁하지 않아도 책을 읽어주었으며, 일기를 쓸 때면 나는 나의 생각을 쓰는 것인지 내 안의 목소리를 받아 적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 마음의 소리는 독백과 대화를 오가며 누구를 위함이 없는 소리들로 내 안을 온통 채우고 있었다.  


소리를 내는 자와, 이를 듣는 자를 알게 되면서 익숙하지 않음에서 기인한 불편함이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이 혼란함을 느끼는 동시에 이 혼란함을 중계하는 목소리의 존재를 느껴야 했으며,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 시시때때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떠들어대는 자와, 이를 묵묵히 들어주는 자 양쪽 모두 목적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할 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한쪽은 소리가 멈추지 않았으며 한쪽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들어주기를 멈추지 않았다. 듣는 자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들어주기만 했다.


아무런 판단도 없이, 내가 무엇을 지껄이든 들어주는 존재가 언제나 나에게 있다는 인식이 때로는 내게 크나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다. 더 이상의 외로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 존재가 내 안에 거하고 있었다. 에 대한 비난과 원망으로 괴로울 때면 그저 들어주는 존재에 기대어 잠시일지라도 위로를 받곤 했다.






판단 없이 나의 소리들을 들어주는 존재에 대한 인식 이후, 삶을 대하는 나의 생각 방식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는 그를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은 소리 내기를 중단한다.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그의 시선에 나는 잠시 고요함과 멍함이 왔다 갔다 하는 소음 없는 세상을 잠시 다녀온.


그가 바라본다고 인식하면 마음은 입을 틀어막고 조용히 있어주었다. 마음의 소리들은  그저 들어주는 존재 앞에서는 무력하게 힘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잠시 그 세상에 다녀오면 이리저리 떠들어대던 마음으로부터 해방된 느낌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었더래도 '잘 쉰 것'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그 편안한 지점으로 다시 자꾸만 가고 싶어졌다. 그 지점에 기대어 나라는 존재를 잠시 놓고, 고요함 속에 있을 때면 문득문득 '느낌'을 통해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했다.


 내 안의 목소리들처럼 명확한 '소리'가 아닌 '느낌'을 통한 전달로서 내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바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내가 품고 있었던 질문의 실타래를 한올씩 풀어낼 수 있는 '한 손짓'과도 같은 힌트를 발견하곤 했다. 그러한 지점들은 하나의 선을 그리며 이어졌다. 그 지점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호기심과 작은 용기들이 모여서 더디지만 어디론가 나아가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나는 언제나 내가 가고자 했던 길 위에 서있었다. 내면의 고요함은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게 해 주었다. 의심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마음은 그 길 위에 서있는 나를 보고 나면 옅어져 있었다.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그저 들어주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그의 존재에서 나는 조건 없는 사랑을 내게 주고 있다는 따듯함을 느끼게 되었다. 말없이 나를 응원해주고, 바라봐주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그런 시선의 만남이라기보다는, 나의 전부를 감싸 안는듯한 느낌의 바라봄이랄까...


나의 의식이 그의 시선이 머무는 동안에는 내 마음의 소리들로부터 해방되고 고요함과 나 자신이 하나와도 같일체감이 들곤 했다. 마음의 소리들로부터 분리되어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은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내는 자가 내가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마음의 소리들은 끊임없이 의견을 내면서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내게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었다.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내게 있다는 착각은 불안을 달래주는 기묘한 안정감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이에 중독어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이 날뛰며 분노하고 원망하고 슬픔 속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도중에 이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고요함 속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도 했지만, 내달리는 마음에 온통 주의를 빼앗겨 나 스스로 상처를 내는 일을 지겹도록 하고 나서야 다시 그의 존재를 만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그리고 이런 못난 나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말없이 사랑으로 품어주곤 했다.



마음의 소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한없이 평범하고 보통의 존재와도 같은 나는 여전히 마음의 소리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고요함 속에 존재하는 그의 시선을 만난 후 나는 마음과 나를 분리해볼 수 있게 되었다. 매일, 매 순간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로서 보려 나를 깨운다.


그리고 나를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에는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나는 이제 안다.



stay awake in love

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곳에 있는 나의 존재를 느끼려면 나는 깨어있어야 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한 가지! 내가 있는 곳은 사랑 그 자체라는 것♡


나의 손가락에사랑 속에 있는 나를 깨우는 문구가 새겨진 반지가 있다. 자주 잊고, 잠들어 있고, 알고서도 지나치기도 하는 미숙함 덩어리이지만... 묵묵히 바라봐주는 그 시선처럼 따듯한 사랑으로 나를 보려 매 순간 노력하려 한다.



사랑 안에서 깨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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