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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Feb 04. 2022

나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려지는 존재더군요

내 삶의 의미를 찾는데 순도 100% 진심이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의미가 아니라 순전히 내 삶의 의미를 찾고자 '의미 치료 심리상담사'과정에 입했다. 난 정말이지 진지하게 나 자신을 스스로 상담해보고 싶었다. 타인의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일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중에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내 삶의 화두는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 삶을 살아야 하는가'였다. 도무지 내가 왜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저 살아지는 이 삶이 갑갑하고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이런 내게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상담기법을 배울 수 있다니... 세상에 이런 배움도 존재하는가 싶었다. 심지어 주 교재 제목이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였다! 이 과정을 배우게 되면 과연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차서 나 자신을 대상으로 삼아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의미치료(로고테라피)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으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고안한 치료적 상담기법이다.


 삶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어떤 시련이든 이겨낼 수 있는 내적 힘을 가지고 있음을 믿고,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의미의 발견을 돕는 '로고 힌트'를 질문 형식으로 던지면서 스스로 삶의 의미인 로고스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강의 중 교수님들께서 수십 번은 더 인용하셨던 니체의 말은 의미 치료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몹시도 견디기 힘든 이 삶의 이유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씁쓸함과 동시에 작은 희망도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면, 내 인생을 견뎌낼 수 있는 막강의 무기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로고테라피 공부는 시작되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아침 여명에서 저녁의 황홀한 낙조까지 우주는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조화롭게 잘 돌아갑니다. 틀림없이 우연이 아닌 위대한 힘이 완벽한 주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우주의 일부입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목숨이 좋아서 손에 넣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위대한 힘에 우리는 살려지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다른 존재와 떨어져 따로 흩어져 있는 게 아니고 큰 생명의 조화와 순환 원리에 따라 함께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P.232>


연로하신 교수님은 위의 문장들을 직접 찬찬히 읽어주셨다. 그리고 보리 한 톨에도 우주적 정성이 들어가는데, 하물며 사람에게는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위대한 힘이 돌보아 살려지는 존재로서 새로이 '나'라는 인간을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나의 의지로 이 삶을 '살아가고'있다고 생각했기에 단 한 번도 누가 주체가 되어 이 삶을 주도하는가? 라는 질문은 던져보지 않았다. 우주적 존재인 우리는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려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도대체 누가 나를 살리고 있다는 말인가?? 싶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유치하게도 나는 내 몸에 명령을 내렸다(진지하게).


1. 심장아 잠깐만 그만 뛰어주렴

   → 나의 심장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2. 폐야, 잠깐만 숨쉬기를 멈춰보렴

   → 나의 폐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3. 주혜야, 딱 1분만 살아보지 말아 보렴

   → 나는 계속 살아있었다.


유치 찬란한 나의 명령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 순간 내가 들었던 생각을 그대로 옮겨보려 한다.


'허~~~~억!! 내가 내 의지로 진짜 사는 게 아니었네!!

뭐가 나를 살리는 거지?? 진짜 내가 살려지고 있어!!!!!'



라고 하며 홀로 진심으로 감탄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생명유지에 관한 한 나에게는 어떠한 통제권도 없었다. 이 놀라운(?) 사실에 대해서 말할 사람이 바로 옆에 없는 게 원통할 지경이었다.


세상에나! 내가 살아가는 게 아니라니...!


세상 사람들~!! 우리가 살아가는 게 아니래요!! 살려지는 거래요!! 하면서 동네라도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 충격이었다. 내게 붙어있는 생명의 숨과 박동 자체는 내게 부여된 삶 그 자체와 다르지 않았다.


흥분이 가라앉자 숙연함이 몰려왔다. 나를 살려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 목숨은 나의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때가 떠올랐다. 수치심과 열등감이 극에 달하고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던 때에 솔직하게 나는 내 삶을 스스로 끝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살아있다면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이 우주적인 위대한 힘이 나를 살려놓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이 삶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내가 할 수 있기에 살려지고 있다는 생각에 닿자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살려지고 있는 한 나는 살아내야 했다.

존재의 이유가 없는 존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살아야 할 이유로서 충분했다.







를 살려놓고 있는 위대한 우주적인 힘은 당장 오늘을 살아갈 명분을 주었으며, 더불어 마음껏 살아보라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마음껏 살라고... 그래도 된다고 나를 다독이는 것만 같았다.


삶이 고통스럽고 슬프고 고단할지라도, 살려져 있으면 살면 되는 거라고... 이렇게 내 목숨을 우주적 위대한 힘에 맡겨버리니 홀가분했다. 살아있으면 맘껏 살아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것만 같았다.


나를 살려둔 이유에 내 삶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매일의 삶이 존재의 이유이기에 오늘에 충실하려 한다. 나를 살리는 힘은 오늘 단 하루도 허투루 힘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기에!


살려지고 있다고 하여 수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삶을 부여받고 산다는 것 자체가 살아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는 것.


그러니 살아 있다면 당신은 살아야 할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더 제대로 살아내야 한다.



나를 살려둘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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