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무렵, 고요하던 안전센터에 출동지령벨이 울렸다.
화재 출동이 아닌 펌플런스 출동이었다.
펌프차와 구급차가 함께 출동하는 상황.
정신이 덜 깬 채 장비를 챙기며 지령을 확인했다.
자살을 암시하는 통화를 남기고 전화를 끊은 남성.
그 아내가 급히 119에 신고한 사건이었다.
상황실은 그 남성의 마지막 위치와 차량 정보를 넘겨주었고,
무전을 들으며 빠르게 움직였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현장은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스포츠 파크 인근이었다.
평소엔 인적도 드물고 조용한 곳.
그날은 해무가 짙었고,
주변이 너무 어두워 차량을 찾는 일조차 어려웠다.
차를 발견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초조함은 점점 짙어졌고,
‘이미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마음을 눌렀다.
그때, 구급차에서 무전이 울렸다.
차량을 발견했다는 짧은 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긴장감이 숨을 죄어왔고,
달려간 그곳에는
도로를 벗어나 화단 옆에 멈춰 선 승용차 한 대가 있었다.
차량 문을 여는 순간,
매캐한 연기와 번개탄 냄새가 안에서 밀려 나왔다.
차 안은 이미 연기로 가득했고,
신고 대상자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시간이 더 지체됐다면,
이 생명은 손쓸 틈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뒤편 트렁크 안엔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번개탄 화로가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그 열기 위로
한순간, 아찔함이 지나갔다.
불꽃이 조금만 더 번졌더라면,
차량 전체가 불에 휩싸이는 건 시간문제였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 안의 생명은 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손으로 화로를 차밖으로 끌어냈다.
급박한 움직임 속에서 손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발로 꾹꾹 눌러 껐다.
그 뜨겁고 숨 막히는 한순간,
불이 사그라드는 걸 바라보며
가슴속 무언가도 함께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살아 있었다.
응급처치가 이어졌고,
남성은 흐릿하게 눈을 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모든 게 이해됐다.
그는 정말로 죽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아내에게 걱정받고 싶었던 거였다.
죽음을 이용해 사랑을 확인받으려 했다는 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졌고,
너무 서글펐다.
그의 아내는 얼마나 다급했을까.
그 말 한마디, 그 통화 한 통에
사람들이 움직였고,
그의 생명이 붙잡혔다.
죽음을 경계로 사랑을 증명해야 했던 밤,
그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왜 둘은 그렇게 싸웠으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이르러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까.
그날, 우리는 생명을 살렸다.
그건 분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에선 뭔가를 구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그분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날 밤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이 글은 『친구에게 들려주는 소방관 이야기』 브런치북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리라이팅 한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