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행을 했습니다.

by 천재손금

사춘기 같은 건 아직 오지 않았다.
늘 밝았고, 뭐든 잘 말해주었다.
비밀도, 변덕도, 말끝 흐리기 같은 건 그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였을까.
중학교 2학년이 되면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일 없었다.
다만 조금 말수가 줄고, 문을 닫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을 뿐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알아왔다.
부족한 나에게 와준, 세상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 아이가 어제, 난생처음으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잠시 멈춰 되물어야 했다.
“여자친구(사람)랑 점심 먹고, 영화 볼 거야.”
태연한 척했지만, 내 안에서는 약 167가지 감정이 동시에 올라왔다.

겉으론 “재밌게 보고 와”라고 웃으며 말했고,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매너를 보여줘야 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아주 조용한 소동이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가 끝나기 20분 전에, 조용히 영화관 출구 근처에 가 있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멀리서 아이를 한 번 보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절대 아이에게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냥, 보고 싶었을 뿐이다.

아마 어떤 이는 이런 나를 ‘주책’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브런치에는 '언라이킷'이 없지 않은가.)

아이의 첫 데이트였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나는 그 시간이 사랑스러웠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옷을 고르고, 말투를 가다듬고,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생각하는 표정을 짓게 되는 날.
그 시작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란,

참 묘한 것이다.

설레었고, 뭉클했고, 괜히 눈이 시큰했다.
그토록 작았던 손이, 어느새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 만큼 자라 있었다.

드디어, 저 멀리서
그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저 아이를
500미터 거리에서,
옆통수의 일부분만 봐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오래 보고,
그만큼 오래 사랑해 왔다는 뜻일 것이다.

조명빛에 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빛났고,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그의 걸음엔
낯선 어색함과 어른스러운 배려가 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가슴 깊은 곳 어딘가를 톡톡 건드렸다.
그저 ‘아이가 크는 중’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이미 누군가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내 아이가 나 없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서운했지만, 아주 많이 기뻤다.

그래서 나는,
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이제,
어엿한 어른인가 보다.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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