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연기 속에서 만난 고독

by 천재손금

누군가의 집 문을 두드리는 일이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진 요즘이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사이였고,
차 한 잔에 안부를 나누던 일이 흔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초대 없이는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다.
어색함과 사양함,
그리고 서로를 불편하게 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이제는 누군가의 집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작은 침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센터, ○○아파트 0000호에서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나고 있고. 실내 반응 없음, 문은 잠긴 상태예요.
신고자에 의하면 해당 집에 노인분 한 분만 사신다네요
신속한 인명검색 바랍니다.”

이 한 줄의 무전이
낯선 이의 집 앞에 우리를 세운다.

그날 새벽,
나는 그런 조심스러움을 넘어서
억지로 누군가의 집을 찾아가야 했다.
출동 지령을 받고 도착한 아파트 6층.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초인종과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대신, 문틈 사이로
매캐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

강제 진입을 결정하였다.

구조대가 빠루를 들고 문 앞에 섰다.
짧은 구호 후, 빠루가 문 틈 사이로 밀어 넣어졌고,
금속이 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굳게 잠긴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도어록은 삐걱이며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는 옥내 소화전을 열고 수관을 꺼냈다.
바닥을 따라 빠르게 펼쳐진 수관이 복도 위로 거미줄처럼 퍼졌고,
관창 끝을 손에 쥐는 순간,
자연스럽게 몸에 긴장이 걸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방수는 바로 시작될 수 있어야 했다.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기에,
모든 준비는 숨을 삼킨 채
정적 속에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뜨거운 연기가 얼굴을 덮쳤다.
시야는 흐릿했고,
그을음이 바닥과 벽을 따라 얇게 퍼져 있었다.
공기는 무겁고,
방 안은 조용했다.

주방으로 향했다.
가스레인지 위엔 커다란 냄비 하나.
속은 타들어 가 있었고,
겉은 검게 그을려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었다.
타다 남은 기름과 잿더미가 눌어붙어 있었고,
그 틈 사이로
아직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불꽃은 주방을 넘어 집 전체로 번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연기로 가득한 방 안에
연로한 할머니가 혼자 자고 계셨다는 사실이었다.

가장 안쪽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연 대원이
희뿌연 연기를 가르며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 등을 대고 누운 할머니의 모습이 어슴푸레 눈에 들어왔다.
대원은 숨을 멈춘 채 다가가
할머니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요구조자 확인! 의식 있음!”

짧고도 분명한 외침이 복도에 울렸다.
우리는 단숨에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할머니를 부축해 밖으로 안내했다.

할머니는 천천히 눈을 떴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멍하니 물었다.

“어디 불났어요?”

목소리는 낮고 느렸고,
현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
그 와중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같은 질문을 반복하셨다.

“어디 불났어요? … 어디?”

“할머니 댁이에요.”
그제야 상황을 조금 이해하시는 눈치였다.

그 눈빛은 단순히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어딘가 혼란스럽고, 약간은 불안해 보였다.
명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치매 초기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확신은 없었다.
다만 그 분위기 전체가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요구조자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닫혀 있던 방들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안방과 아이들 방으로 보이는 공간에는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은 듯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책상,
구겨진 채 그대로인 이불,
방치된 장난감과 종이들.
누군가 머물다 떠난 듯 어지럽혀 있었지만,
그 흔적들이 너무 오래 멈춰 있어
오히려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또렷해졌다.
이 집은 누군가의 가족이 함께 살던 공간이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멈춰 있었다.
시간만 남은 채,
할머니 혼자서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온 듯했다.

출동의 원인은
‘조리 중 자리 비움’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보다 더 오래되고
고요한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이 불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조금만 더 자주,
이 집의 문을 열어보았더라면.

그날,
나는 누군가의 집 문을 억지로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단지 불길보다 더 짙은
고독과 공기를 만났다.

노인 고독사라는 말이
더는 뉴스에만 머물지 않는 시대.
우리는 여전히
너무 늦게 도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건 불길보다 먼저 꺼져가는 사람의 삶입니다.
뜨거운 연기 속에서 우리가 만난 건 화재가 아니라, 오랫동안 잊힌 한 사람의 일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부재는 불씨보다 더 빠르게 번지고, 더 조용하게 무너집니다.

주변에 혼자 지내는 어르신이 있다면,
오늘 안부 전화라도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당신의 그 작은 손길이, 어떤 이의 하루를 살리고
어떤 이의 내일을 다시 시작하게 할 수 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