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말인지 알지?

by 천재손금

그 사람은 말끝마다 꼭 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뭔 말인지 알지?”


커피 취향 이야기에도, 뉴스 해석에도, 누군가의 행동을 평가하면서도
어김없이 그 말을 꺼낸다. 처음엔 그냥 말버릇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자꾸 들으니 그 말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섬뜩하고, 어딘가 불편하게.

대부분의 경우, 나는 그 사람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어려운 말도 아니고, 복잡한 주제도 아니다.
그 사람의 논리와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다.
그래서 나는 “네, 알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나는 ‘알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가 어렵다. 왜일까?


그 사람은 “뭔 말인지 알지?”라는 말을 하며
상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마치 나를 시험하듯.
“너도 그렇지?” “이게 맞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어딘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만 같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인데,
그 다름조차 허락되지 않는 분위기.

그 사람과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다.

“그 사람은 원래 그래. 뭔 말인지 알지?”
“요즘 애들 너무 버릇없잖아. 알지?”
“그런 건 그냥 눈치껏 해야지. 알지?”

그 물음표는 질문이 아니라 확인용이다.
아니, 확인을 가장한 강요다.
이건 내가 맞고, 넌 동의해야 돼.
설명이 아니라 선언문에 가까운 말투.
다른 시선은 받아들이지 않고, 어색한 침묵만 길어지는 대화.

그래서 나는 점점 말을 줄인다.
고개를 끄덕이는 척하면서 마음을 닫고,
“알죠 뭐…”라고 말하며 그 자리를 피한다.

그 사람은 아마도 본인의 말이 설득력 있다고 믿을 것이다.
말을 정리하는 능력이 있고, 사례도 풍부하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뭔 말인지 알지?”라고 말하는 거다.

그런데 그 말은 듣는 사람에게는,
‘생각하지 말고 수긍해’라는 압력처럼 작용한다.

어쩌면 그 사람은 진짜로 묻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자기 확신을 상대의 입으로 확인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믿음의 거울로, 나를 세워두는 것.

가스라이팅이 꼭 무서운 말과 행동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친근하고 일상적인 말투로도,
상대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생각을 접게 만들고,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의심을 심을 수 있다.

“뭔 말인지 알지?”
그 짧은 말에, 꽤 무거운 감정이 담겨 있다.


여러분, 뭔 말인지는… 알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