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식사 후, 부서원 다섯 명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주된 화제는 곧 유럽으로 휴가를 떠나는 직원의 여행 계획이었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각자의 해외여행 경험으로 이어졌다.
누구는 오사카의 숨은 골목을 추천했고, 누구는 파리의 날씨를 이야기했다.
나는 조용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떠올랐다.
나는 아직,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못 간 건지, 안 간 건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게 특별히 아쉽지도, 부끄럽지도 않았다.
“팀장님은 어디가 제일 좋으셨어요?”
“파리는 진짜 꼭 가봐야 해요.”
이런 말들이 오갈 때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보탤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처음엔 그냥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다.
안 갔다는 걸 특별히 숨기고 싶진 않지만,
그 한마디가 어쩐지 대화의 온도를 바꾸는 순간이 있다.
“왜요?”
“시간이 없으셨어요?”
그런 질문이 이어지면, 설명이 길어지고,
설명이 길어질수록 나도 모르게 마음이 작아진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도, 낯선 장소에서 계획을 짜는 것도
내겐 큰 흥미가 없다.
즐거운 일이라는 걸 모르진 않지만,
내 삶에서 그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본 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나는 단지, 다른 것을 선택해 온 사람이다.
그런데도 안 갔다는 이유 하나로
경험이 부족한 사람, 혹은 뭔가를 놓친 사람처럼 보일 때면
조금 씁쓸해진다.
그래서 가끔은, 먼저 말해버린다.
“저는 해외여행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담담하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정말로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도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종종 잠깐 말을 멈춘다.
괜히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거나,
대화를 슬쩍 다른 주제로 돌린다.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그들이 조심해지는 순간.
그때 문득 깨닫는다.
결핍은 사실, 그걸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걸 알고 나니 마음이 좀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덜 살아온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