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30년이지..

by 천재손금

어떤 자리에서든, 오래 버틴 사람은 다르다
30년을 한 직장에서 버텨냈다는 말은
단순히 ‘정년을 채웠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그건 무언가를 ‘끝까지 해냈다’는 증거이고,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기록이며,
끝내 남아서 다음 사람을 맞이해 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말입니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복장, 같은 루틴.
하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상황은 결코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무사히 퇴근하기 위해
소방차의 엔진음을 들으며 잠들었을 밤,
당신은 출동복을 걸치고 어두운 길 위에 계셨겠지요.

그 모든 순간을 버텨내고,
이제는 “그만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생긴 날.
그게 바로 오늘입니다.
조금 쑥스럽고, 조금 어색하지만,
누구보다 명확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어떤 사람의 퇴장은,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떠나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됩니다.
떠나는 모습까지 존경스러운 사람.
등을 돌렸지만 여운이 남는 사람.
당신은, 분명 그런 선배입니다.

소방이라는 조직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멈추는 법, 물러서는 법,
그리고 자신의 몫을 다한 뒤에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법도 함께 배웠습니다.
선배님이 지금 그것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회사원이든, 선생님이든, 간호사든,
모두가 한 번쯤은 이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얼마나 잘 버텼는가.”
그 물음에 당당하게 고개를 들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당신은 그 질문에
차분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떠나는 자리가 허전한 건,
그 자리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머물렀던 사람이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자리를 지켜온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사는 일도 결국 버티는 일이라는 걸,
선배님의 뒷모습이 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누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신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를 위해 밤새던 시간만큼,
이제는 당신을 위해 아침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선배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참 오래, 참 묵묵히,
그리고 참 멋지게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그 단단함으로 이 자리들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30년이
우리에게는 나아갈 방향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이제는
당신의 삶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는, 당신의 시간입니다.


추신.
선배님~!! 저의 브런치 구독자이시죠?
다 알고 있습니다. ㅋㅋ
브런치에서 종종 뵙겠습니다.
선배님의 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