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마음대로 안 된다?

by 천재손금

나는 지금 어떤 소설을 읽고 있다.
여자주인공은 모든 걸 갖춘 남자 조연이 아닌, 가진 것 하나 없는 남자주인공을 사랑하게 된다.
그 선택이 왜 가능한지, 이 소설 안에서는 이해된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남자가 어떤 시간을 함께 견뎠는지,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준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래,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딱 그 장면, 그 대사만 떼어놓고 보면 다르다.
스토리도, 맥락도, 서사의 흐름도 빼고
그 순간만 남겨두면 이런 장면이 된다.


남자 조연은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그의 그림자는 길고 차가웠다.
여자주인공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 그 사람을 사랑해요.”
남자 조연의 시선이 허공을 맴돌다 그녀의 눈을 붙잡았다.
“그 사람이 뭘 해줬죠?”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내가 해준 것보다 더 대단한 게 있었나요?”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숨이 편해져요.”
남자 조연은 짧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말할게요.
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 마음이 어디 있는지 알아도…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니까요.”


사실 이렇게만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왜 그녀는 모든 걸 갖춘 사람 대신, 불안정한 사람을 택했을까?
왜 그는, 거절당하고도 계속 그 마음을 붙잡는 걸까?

소설을 덮고, 감정만 남겨둔 채 생각해 봤다.
사람은 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에 빠질까.

누군가는 평온함을 사랑이라 믿고,
누군가는 가슴을 뒤흔드는 불안을 사랑이라 느낀다.
어떤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 끌리고,
어떤 사람은 스쳐간 인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사랑에는 방식도, 논리도 없다.
감정이 흐르는 방향은 예상할 수 없고,
사람마다 끌리는 지점도 다르다.
누군가는 보호받고 싶은 마음에 사랑을 택하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니 누군가의 선택은 언제나 누군가에겐 상처다.
누군가는 선택받고, 누군가는 남겨진다.
그 모든 감정이 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이라는 건 어느 한순간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일지도 모른다.
후회는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겠지만,
선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남는다.

그리고,,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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