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가 늦어지는 구조, 대피가 늦어지는 마음
설 연휴 첫날인 2월 14일 오후 1시 19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아파트 단지 ‘한○○힐’ 내 사우나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즉시 출동해 건물 내부에 있던 5명을 구조하고, 주민 40세대를 긴급 대피시켰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현장에는 인력 105명과 차량 27대가 투입됐으며, 약 1시간여 만인 오후 2시 40분경 큰 불길을 잡았습니다. 현재 경찰과 소방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용산구청은 긴급 안전 문자를 통해 다량의 유해 연기 발생 사실을 알리며, 인근 주민들에게 호흡기 질환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한○○힐 사우나서 화재…5명 구조·40세대 대피」(2026.02.14.)
대중목욕탕, 찜질방, 사우나.
우리는 그 공간을 ‘휴식의 장소’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소방관의 시선에서 보면, 그곳은 특수한 위험이 겹쳐 있는 공간입니다.
고온·고습 환경, 전기 설비와 열원 밀집, 밀폐된 구조, 복잡한 내부 동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피가 늦어질 수 있는 조건’이 모여 있습니다.
목욕 중이라는 상황은 사람을 망설이게 합니다.
“정말 불이 난 걸까?”
“조금만 더 확인해 볼까?”
그 몇 초의 판단이 생사를 가를 수 있습니다.
이번 화재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번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경보가 울렸을 때, 나는 즉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화재는 고급 아파트도, 휴식 공간도 가리지 않습니다.
준비된 태도만이 피해를 줄입니다.
대중목욕탕·찜질방은 화재 발생 시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습니다.
•‘불’보다 ‘연기’가 먼저 위협합니다.
내부 마감재와 단열재가 타면 자극성·독성 가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야가 확보돼 보여도 이미 호흡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고온·고습은 설비 열화를 빠르게 만듭니다.
반복되는 열·습기 환경은 전기 배선과 기계 설비에 부담을 줍니다. 작은 이상이 누적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획이 많아 연기가 옆으로 퍼집니다.
탈의실, 복도, 휴게실, 수면실 등 공간이 나뉘어 있어 문이 열려 있으면 연기 확산 속도가 빨라집니다.
→ 대피 시 문을 닫는 행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젖은 수건은 만능이 아닙니다.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은 일시적 완화일 뿐, 유독가스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합니다.
→ 핵심은 “빨리, 낮게, 밖으로”입니다.
•수면 중에는 대응이 늦어집니다.
찜질방 특성상 잠을 자는 이용객이 많아, 경보 인지와 대피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은 금지입니다.
화재 시 전원 차단·연기 유입 위험이 있어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알몸이라는 생각이 대피를 망설이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수건만 챙기고 나가야지” “옷부터 입고…” 하는 망설임이 생기는데, 그 몇 초가 연기 속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소방 뉘우스는 대한민국 소방 전체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저 현직 소방관 개인이, 누구의 지시도 없이 좋아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어서 기록하는 글입니다. I♡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