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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Oct 09. 2024

재앙을 부르는 계략

불의 왕국 2편

불의 왕국 대전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대전의 중심에 서 있던 왕좌는 비어 있었고, 신하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몸은 연기와 불꽃에 휘감겨 있었지만, 지금 그들의 두려움은 왕을 기다리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불의 왕은 다중이용업소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의 패배는 그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왕국 전체가 그 여파를 느끼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불의 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모습은 여전히 위압적이었지만, 그가 입고 있던 불꽃 망토는 타오르듯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그의 눈에서는 패배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대전에 들어선 불의 왕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천천히 왕좌로 걸어갔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불꽃이 일렁였고, 신하들은 몸을 움츠리며 한 발짝씩 물러섰다.


왕좌에 앉은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두드렸다. 그 소리만이 대전 안을 가득 채웠고, 그 긴박감은 그곳에 모인 신하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불의 왕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내가 왜 돌아온 것 같으냐?” 불의 왕이 묻자, 신하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왕은 다시 한번 손가락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인간들이, 인간의 소방대가 우리를 막아섰다. 우리의 불길을, 나의 불길을 막아냈단 말이다. 그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며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서 불길이 터져 나오듯 뿜어져 나왔고, 대전 안의 온도는 순식간에 치솟았다. 신하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감히 왕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불의 왕은 이를 갈며 말했다. “이번엔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그들이 감히 내 앞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치욕을 안겨준 것이다.”


불의 왕은 다시 한번 왕좌에서 일어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다시는 그들이 우리의 불길을 막아설 수 없도록, 그들의 도시를, 그들의 생명을 모두 불태워버릴 것이다!”


신하들은 그제야 불의 왕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나섰다. 가연물 장군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전하, 이번 패배는 일시적인 것이옵니다. 인간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일 뿐, 그들의 무지는 여전하옵니다. 다음번에는 그들의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는 더욱 강력한 계획을 세우겠사옵니다.”


불의 왕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지만, 신하들의 아첨을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 보였고, 그 분노의 기운이 조금씩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여전히 복수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좋다. 하지만 이번엔 실패가 없어야 한다. 다시는 그들이 우리를 막아설 수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 그들의 숨이 끊길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먼저 불꽃 장군이 고개를 숙이며 아첨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이번에는 인간들의 소중한 물건들을 태우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그들의 재산에 대한 집착을 보았을 때, 대형 물류 창고를 목표로 삼으시지요. 거기에는 가연성 물질들이 가득하옵니다. 그곳에 불을 붙이면 불길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리라 믿사옵니다.”


연기 참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렇사옵니다. 그 창고는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 소방대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옵니다. 그 사이에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사옵니다. 인간들은 고통 속에 허우적대며 우리가 그들의 숨통을 조일 기회를 줄 것이옵니다.”


불의 왕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눈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다른 의견을 더 원하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다른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관심 부대장이 나서며 조금 더 음침한 계획을 제안했다.


“전하, 물류 창고도 좋지만, 요즘 인간들이 방심하는 모텔이 어떠하옵니까? 안전 관리가 엉망이라 매우 취약한 상황이옵니다. 불법 증축과 안전 불감증이 극에 달해 있사오니, 불을 붙이면 인간들이 빠져나갈 틈조차 없을 것이옵니다.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시겠사옵니까?”


불의 왕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인간들의 고통, 비명, 절망. 그것이야말로 악마들이 갈구하는 것이었다. 모텔의 화재 역시 그들에게 큰 재앙을 안겨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무엇이 더 확실한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가연물 장군이 나섰다. 그의 눈은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 안에는 인간들을 향한 끝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


“전하, " 가연물 장군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이번 목표로 대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을 제안하옵니다. 일부 전기차가 저가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옵니다. 이 배터리들은 불량품이 많아 한 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사옵니다.”


불의 왕은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그래? 그 배터리들이 쉽게 불타오르더란 말이냐?"


가연물 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예, 전하. 전기차 배터리는 폭발적이옵니다. 불이 붙으면 마치 폭발하듯 불길이 퍼져나가옵니다.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에는 그 불길을 막을 수 없사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길은 빠르게 퍼져나가 주차장을 삼킬 것이옵니다.”


불의 왕은 가연물 장군의 제안을 듣고 흥미롭게 눈을 빛냈다. 대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전기차와 자동차들이 가득한 공간에서의 화재라... 그것은 마치 그의 마음속에서 이미 그림이 그려지듯 명확하게 떠올랐다. 그가 손가락을 천천히 두드리며 가연물 장군에게 물었다.


“그 주차장이라면, 불길이 얼마나 빨리 퍼질 것 같으냐?”


가연물 장군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전하, 그곳에 주차된 전기차들은 모두 불량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사옵니다.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폭발하듯이 불길이 퍼져나갈 것이고, 다른 차량으로도 금방 옮겨 붙사옵니다. 그럼 순식간에 지하 주차장의 모든 것을 삼킬 것이옵니다.”


불의 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가 잠시 침묵한 후, 연기 참모가 덧붙였다.


연기 참모가 불의 왕 앞에 나서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하, 이번 목표로 삼을 대형 아파트의 경우, 잦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해 스프링클러를 꺼두는 경우가 많사옵니다. 더욱이 잦은 오작동으로 인해 주민들이 경보 소리에 익숙해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사옵니다.”


불의 왕의 눈이 반짝였다.


“스프링클러를 꺼두었다고? 크크크, 인간들이 스스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군. 그들이 방심한 틈을 우리가 완벽히 이용할 수 있겠군.”


연기 참모는 고개를 숙이며 이어서 말했다.


“예, 전하. 그들의 방심과 안전 불감증이 이번 화재에서 우리의 승리를 더욱 확실하게 보장해 줄 것이옵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고, 그들이 대피할 시간조차 없을 것이옵니다.”


불의 왕은 연기 참모의 보고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이내 그의 얼굴에 깊은 불만이 드러났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가운 눈빛으로 신하들을 내려다보았다.


"재산 따위로는 충분하지 않다, " 그는 낮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들은 재산을 잃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목숨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그들의 목숨을 원한다. 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우리 불길에 휘말리도록 해야 한다!"


불의 왕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들이 단지 재산만 잃고 살아남아선 안 된다. 이번 화재에서 지하주차장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한 명의 인간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불길과 연기가 그들의 목숨을 완전히 앗아가야 한다."


그의 말에 신하들은 몸을 떨며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가연물 장군이 주저하며 말했다.


“전하, 주차장의 재산 피해만으로도 인간들은 큰 고통을 겪을 것이옵니다. 그들의 자동차와 소중한 물건들이 모두 불타 사라질 것이옵니다…”


그러나 불의 왕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크게 외쳤다.


“재산 따위로는 그들의 진정한 고통을 끌어낼 수 없다! 나는 그들의 생명을, 그들의 마지막 숨을 원한다! 이번 화재는 단지 물건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숨을 태우는 것이어야 한다.”


연기 참모가 당황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전하, 그렇다면 연기를 더욱 퍼뜨리겠사옵니다. 그들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어, 대피할 길도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불의 왕은 신하들을 쏘아보며 마지막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 이번엔 그들이 생명을 잃게 만들어라. 우리는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 재산도, 생명도 모두 잃고 절망 속에서 무릎 꿇게 만들어라!”




한밤중, 대형 아파트에 울려 퍼진 화재 경보는 평화롭던 정적을 깨고, 곧바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각 세대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하며 혼란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동시에 아파트 관리실을 울렸다.


"또 경보가 울리네요! 도대체 몇 번째입니까?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제대로 좀 확인하세요!"


"관리실 맞죠? 경보 오작동이라고 믿고 싶지만, 이 시간이면 잠 좀 자자고요! 우리 애가 잠에서 깨서 울고 있다고요!"


관리실은 금세 전화로 넘쳐났고, 직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민들의 쏟아지는 불만은 한층 더 거세졌고, 관리실의 공기는 긴장으로 가득 찼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신경질적이고, 간혹 욕설을 섞어가며 격하게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 경보가 또 오작동이면, 내가 직접 내려가겠어요! 정말 짜증 나요!"


관리실 직원들은 진땀을 흘리며 관리소장을 바라보았다. 소장은 이미 지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부하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경보 또 오작동이구만. 이번에도 그냥 끄라고 해. 주민들한테 항의 전화만 더 받게 생겼어."


부하 직원은 잠시 머뭇거렸다. 저 멀리서 경보가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소장님, " 부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음엔 진짜 화재일지도 모릅니다. 경보가 왜 울렸는지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장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이제까지 몇 번을 오작동이라고 했나? 또 화재라고 착각할 만큼 무책임한 경보가 있었던 거야? 당장 끄라고! 더 이상 불평 듣고 싶지 않아. 경보 때문에 모든 주민이 짜증 내고 있는데, 그거 안 끄면 우리만 피곤해진다고."


부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시스템 패널 앞에 섰다. 관리실 내 경고등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지만, 부하는 시스템을 조작해 경보를 끄기 시작했다.


'관리실만 남겨두고 외부 경고는 다 끄라'는 소장의 명령에 따라, 각 세대와 지하 주차장에 연결된 경보 시스템은 순식간에 침묵으로 돌아갔다.


순간, 주차장은 다시 고요해졌다. 고요함이 찾아오자 부하는 안도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잠시 모니터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도 오작동일까? 아니면 정말로 무언가가 잘못된 걸까?”


그러나 그의 고민은 짧게 끝났다.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주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는 다시 분주하게 전화를 받아야 했었다. 관리실은 마치 불만으로 가득 찬 전쟁터 같았고, 소장은 더욱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었다. "그래 뭔 일이야 있겠어? 신경 쓰지 말자"


주차장은 다시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은 곧 폭발적인 화염으로 뒤바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차장의 어두운 구석에서는 불의 군단이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관리실이 경보를 껐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주차장 한구석에 서 있는 전기차로 다가갔고, 천천히 불길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불길은 조용히 피어오르며 배터리 쪽으로 퍼져갔다. 곧이어 배터리는 과열되며 터지기 직전이었다.




가연물 장군을 선두로 불의 군단은 주차장 깊숙이 숨어들어 전기차 한 대에 불을 붙였다. 불길은 조용히 시작되었으나 빠르게 배터리 쪽으로 번져나갔다. 배터리가 과열되며 폭발할 때, 불길은 옆 차들로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 주차장은 순식간에 지옥 같은 화염으로 변했다.


관리자는 관리실에 화재 경보가 울리자 당황했으나 또 경보가 오작동이라고 착각했다. 그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고, 모니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 짜증 나네 왜 또 경보가 왜 울리지?"


그러나 이미 주차장은 불바다로 변하고 있었고, 연기는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관리자는 한 자동차에서 불이 난 것을 CCTV로 확인하고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키려 했지만, 불길은 이미 주차장 전체를 삼키고 있었다.

불의 왕과 그의 신하들은 멀리서 이 장면을 보며 크게 웃었다. 가연물 장군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전하, 이제 그 누구도 저희를 막을 수 없사옵니다. 인간들의 기술이 오히려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사옵니다.”


불의 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번에도 인간들의 안전 불감증과 어리석음이 그들에게 재앙을 불러왔도다. 그들이 아무리 기술을 발전시켜도, 우리의 불길 앞에서는 무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멀리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아파트 주차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희망의 불빛처럼 빠르게 다가왔지만, 불의 왕은 비웃음을 지었다. 그의 입가에는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고, 그 눈에는 자만심이 가득했다.


“소방대가 도착한다고?” 그는 한껏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빨리 온다 한들, 이 불길과 연기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크하하하!”


불의 왕은 고개를 돌려 연기 참모에게 명령을 내렸다. “연기를 더 퍼뜨려라! 그들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짙게 만들어라! 숨도 쉴 수 없게 말이다.”


연기 참모는 즉시 몸을 낮추며 신속히 명령을 수행했다. 주차장에 퍼지던 연기는 점점 더 농도가 짙어졌고, 불길은 그에 맞춰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전기차에서 터져 나온 불꽃은 다른 차량으로 옮겨가며 주차장을 삼키고 있었다.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고, 주차장은 지옥의 한 장면처럼 변해갔다.


소방차들이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소방대원들은 신속하게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지휘관은 빠르게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하 주차장에 화재 발생!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진입이 불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 위험도 있다!" 지휘관은 단호하게 외쳤다. "지하로는 진입할 수 없다! 우선 지하층 방화문을 닫아 연기의 확산을 막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소방대원들은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빠르게 방화문을 닫아 연기의 확산을 차단하고, 곧이어 아파트 내에 안내 방송이 시작되었다. 대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무전기를 들고 신속하게 대피 계획을 수립했다.


"모든 주민들께서는 침착하게 비상계단을 이용해 대피하십시오.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며, 연기가 많은 곳에서는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십시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은 각자 상황을 파악하고 비상계단으로 향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많은 주민들이 연기에 갇혀 있었다. 소방대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신속하게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대원들은 긴박하게 하나하나 각 세대를 확인하며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주민들은 구출되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불의 왕의 눈은 점점 더 깊은 분노로 불타올랐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소방대의 무능을 예상했지만, 상황은 그의 기대와는 달랐다. 소방대는 빠르게 연기의 확산을 막고, 주민들을 하나둘씩 구조해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자만과 비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점차 그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불길과 연기는 점점 무력해져 갔다. 소방대가 주민들을 구조하고, 그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자 불의 왕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불의 왕은 자신의 왕좌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냐!”


그의 음성은 대전 전체를 뒤흔들었고, 대전의 불꽃들이 그의 분노에 반응하듯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는 연기 참모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인간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냐! 왜 그들의 목숨을 하나도 빼앗지 못한 것이냐! 연기를 더 퍼뜨려라! 그들이 숨도 쉬지 못하도록 만들어라!”


연기 참모는 왕의 무시무시한 분노에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전하, 소방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대처하고 있사옵니다. 방화문을 닫아 연기의 확산을 막고 있사옵니다. 또한 고립된 인간들을 구조 중이옵니다…”


불의 왕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따위 소방대가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연기를 퍼뜨려라! 그들이 숨을 쉴 틈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불길 앞에 무릎 꿇고 비명을 지르게 하라!”


그러나 불의 왕이 명령을 내릴 때마다 소방대의 대응은 더욱 신속하고 정확했다. 방화문이 닫히고 연기의 확산이 차단되자, 소방대는 고립된 주민들을 하나둘씩 구출해 냈다. 연기 참모와 그의 군단이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의 계획은 점점 무력해지고 있었다. 불길은 더 이상 퍼지지 않았고, 주민들의 비명은 차츰 잦아들었다.

불의 왕은 이를 갈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계획은 소방대의 빠른 대응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이를 갈며 생각했다.


'이번에도 소방대가 나를 막는다고?…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불의 왕은 이를 갈며 신하들을 쏘아보았다. 그가 기대했던 승리의 쾌감 대신, 불길은 억제되고 연기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소리쳤다.


“이럴 수는 없다! 이번에도 인간들이 우리에게 맞설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게 두지 않겠다! 불꽃군단을 재촉해라! 그들이 인간들을 완전히 태워버리기 전까지는 절대 멈추지 말아라!”


불의 왕의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지하 주차장에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꽃은 순식간에 옆에 주차된 차량으로 옮겨 붙었고, 연쇄적으로 차량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폭발하듯이 터지면서 화염은 더욱 커졌고, 차체가 녹아내리며 불길은 주차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 차량에서 차량으로 옮겨가는 불꽃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빠르게 주차장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나 불의 군단이 인간의 생명을 빼앗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인간들은 소방대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불길 역시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불의 왕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눈은 아직도 타오르는 불길처럼 이글거렸고, 주변의 불꽃은 그의 감정에 따라 맹렬하게 춤추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의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대전 안의 공기는 뜨거워져만 갔고, 신하들은 숨을 죽인 채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가연물 장군이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는 아첨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하,” 가연물 장군은 아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이번에는 인간들의 목숨을 빼앗지 못했사옵니다. 그러나, 수백 대의 자동차와 그들이 아끼는 모든 재산이 불타버렸사옵니다. 그들의 물질적 손실은 막대하옵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곧 치명적인 고통일 것이옵니다. 인간들은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잃을 때 가장 큰 상처를 받사옵니다.”


불의 왕의 얼굴에는 여전히 분노가 서려 있었으나, 그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가연물 장군은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며 목소리를 낮췄다.


“인간들은 목숨은 지켰을지 몰라도, 그들이 재산을 잃고 겪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재산을 잃은 그들의 얼굴에 나타날 절망을 상상해 보십시오. 전하, 인간들이 겪을 고통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옵니다.”


불의 왕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진 듯 보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연기 참모가 고개를 숙이며 힘겹게 덧붙였다.


“그렇사옵니다, 전하,” 연기 참모는 최대한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화재로 인간들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사옵니다.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모두 불타버렸사옵니다. 그들이 소유한 자동차, 가구, 그리고 삶의 흔적들이 모두 불길 속에서 사라졌사옵니다. 그 상실감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옵니다. 목숨을 건졌을지라도, 그들은 자신들이 잃은 것을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옵니다. 그들의 마음은 이미 불타버렸사옵니다.”


불의 왕은 여전히 무겁게 숨을 쉬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불길은 그의 몸을 따라 일렁였지만, 그의 분노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그를 짜증 나게 했지만, 신하들의 아첨하는 말들이 그의 마음을 조금씩 진정시키고 있었다.

천천히, 불의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전을 천천히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의 입가에는 서서히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기듯 손가락을 천천히 두드리며 말했다.


“재산을 잃은 그들 역시 충분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불의 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은 재산에 집착한다. 그들의 차와 삶의 자취들이 모두 불타버렸으니, 그들이 받는 상처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그래, 이번엔 그들의 재산을 불태웠다. 하지만 다음번엔 그들의 목숨까지 빼앗아야 한다. 재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더 큰 고통을 안겨줘야 한다.”


가연물 장군과 연기 참모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왕이 마침내 마음을 돌린 것에 기쁨을 느끼며, 앞으로 더 치밀한 계획을 준비하리라 다짐했다. 불의 왕은 천천히 왕좌로 돌아가며, 마지막으로 신하들을 쏘아보았다.


“다음에는 그들이 목숨을 잃고, 절망 속에서 무릎을 꿇게 만들어라. 그때 나는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이다.”


신하들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일제히 외쳤다.


“예, 전하. 반드시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크크크... 그래, 맞다. 인간들은 목숨만큼이나 그들의 재산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이 아끼던 자동차들이 모두 잿더미가 되었으니, 이번 승리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불의 왕은 이제 완전히 만족한 표정으로 신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엔 절반의 승리로 충분하다. 인간들은 그들의 소중한 것들을 잃고, 그 상처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다시 한번 사악하게 웃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곧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인간들은 그들의 무지와 방심으로 또다시 우리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재산을 잃었지만, 다음번엔 그들의 목숨까지 앗아가겠다.”


불의 왕은 신하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명령했다.


“다음 목표를 찾아라. 이번엔 인간들이 절대 도망칠 수 없도록 해라. 그들이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하들은 그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며 흩어져 다음 목표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크크크... 인간들이 이번에는 살아남았지만, 다음엔 그들이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들의 모든 것이 불길에 삼켜질 때, 우리는 진정한 승리를 거둘 것이다.”


불의 왕과 그의 신하들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며 다시 어둠 속에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그들의 어리석음으로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때까지, 불의 군단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불의 왕은 멀어져 가는 소방차들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도 인간들이 그의 불길을 막아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나간 승리에 대한 분노와 아쉬움에 이를 갈았다.


“이번엔 소방대가 나를 막아냈지만…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불의 왕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며 비웃었다. 그는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화재만으로는 인간들을 완전히 굴복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군. 혼자서 하는 대신, 나와 같은 욕망을 가진 다른 재앙의 악마들과 동맹을 맺어야겠어. 그리고 인간 소방대의 힘을 뺄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겠군.”


불의 왕은 한층 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의 신하들을 쏘아보았다.


"인간 소방대가 계속해서 우리의 불길을 막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소방대가 제때 도착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방법을 찾아라. 그들의 장비를 망가뜨리거나, 출동 시간을 지연시킬 방법을 모색하라."


가연물 장군과 연기 참모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예, 전하. 인간 소방대의 출동 경로를 교란하고, 장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사옵니다."


불의 왕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좋다. 이번엔 그들이 단순한 화재를 진압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자연의 모든 재앙이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의 몸과 정신을 파괴할 때까지, 우리의 계획을 진행시켜라."


그의 눈에는 새로운 계획이 떠올랐다. 불의 왕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불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자연의 모든 재앙을 이용해 인간들을 완전히 파멸시키겠다고. 다음엔 결코 인간들이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불의 왕국 3편 스포일러>

불의 왕은 폭풍의 왕과 동맹을 맺었다. 인간의 소방대는 불의 왕이 만든 완벽한 함정에 빠져 그 힘을 잃고 만다. 또한 불의 왕의 전신의 힘이 개방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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