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월 10만 원, 1년간 총 120만 원의 자기계발비를 지원한다. 도서 구입부터 강의 수강, 자격증 시험 응시 등 스스로를 계발하기 위한 목적의 모든 소비재, 경험재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사회생활 시작이래 항상 '6시 칼퇴 보장' '자유복장' 등이 유일한 복지(?) 혜택이었던 '좋소 중의 좋소' 회사만 다녔던 터라 현재 회사로 이직한 뒤 한동안은 믿기지 않았다. 나도 드디어 회사에서 지원하는 자기계발비를 써보는구나.. 감격에 겨워하기도 했다. 대기업 재직자가 보면 안쓰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자기계발비의 주된 지출처는 도서 구입, 원데이 클래스, 스픽/밀리의서재 등의 앱 서비스 연간 구독, 온라인 강의 등이다. 특히 장소 제약이 없고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를 선호하는데, 최근에는 <클래스101>의 6개월 구독권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길진 않은 기간동안 사용해본 소감을 범박하게나마 요약하자면, <클래스101>의 세계관에서 '자기계발'은 '돈벌기'와 동의어이고 그래서 어떤 취미, 분야이든간에클래스의 목적은 '부수입 만들기' 혹은 '제2의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귀결된다.
유료 결제전 온라인 상의 후기나 광고를 통해 접한 <클래스101>의 이미지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떡상한 온라인 취미 클래스 플랫폼이었다. 구독권 한 개만 구입하면 뜨개질, 드로잉, 네일아트 같은 손재주가 필요한 수업부터 글쓰기, 마케팅, 카피라이팅 같은 내 업무에 맞닿은 수업은 물론 작사가, 번역가, 소설가 같은 특정 직업군의 전문가가 직접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형식의 강의까지, 그야말로 무한한 클래스 세상에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다양한 클래스로 가득한 곳이라 생각했다.
회사에선 일하고, 퇴근 후 집에 와선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의 어떤 수업을 그것도 '회삿돈'으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퍽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구독 직후 관심 분야의 키워드로 어떤 수업이 있는지 살펴보며 열심히 '관심 수업'에 저장해 두기도 했다. 그렇게 클래스101 수업 듣고 나의 성공 시대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문제는, 막상 관심 수업에 담을 만한 수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 있었다. <클래스101>에 접속하면 메인 화면에 '실시간 인기 클래스'나 '새로 오픈한 클래스' 등의 정보가 뜨는데 대충 살펴봐도 '돈'에 관한 주제가 너무 많다. 돈이 나쁜 것인가? 소비자본주의 시대에 돈 자체를 천박하게 보는 편협한 시각이야말로 천박한 시각 아닌가? 라고 되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스101>에는 정말 돈, 그러니까 직장에서 얻는 주수입 외 '부수입' 만드는 법 따위를 소개하는 수업이 지나치게 많다.
부동산 투자, 기초 투자원리와 매매 전략, 왕초보도 할 수 있는 미국 주식 투자, 경제적 자유 얻는 어쩌고 파이프라인... 이런 클래스들은 무시하면 그만이다. 내 관심사도 아니거니와 인기 클래스 순위에 있어도 누르지 않으면 되니까 딱히 지적할 이유도 없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있다. 돈을 직접적으로 불리거나 버는 행위에 관한 클래스가 아님에도 수업의 지향점이 결국 돈이라는 것이다.
귀여운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돈 벌기. 네이버 블로그에 글 올리면서 돈 벌기. 토퍼 만들기로 돈 벌기. 에드센스 프로그램으로 돈 벌기. 마치 과거 어른들이 집에서 인형에 눈을 붙이는 반복 노동을 부업 삼아 용돈을 벌었듯 <클래스101>에는 그럴듯한 취미 혹은 관심사라는 외피를 두른 '인형 눈 붙이기 부업' 강의가 제목과 내용만 달리해 가득하다. 취미의 목적이 돈 벌기인가? 자기 계발을 돈을 벌려고 하는가? 글쎄. 취미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 실력을 전문가 수준까지 높인다면 돈벌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자기계발 역시 관심 분야의 지식과 배움이 깊어지는 셈이니 커리어에 도움이 될 테고 넓게 보면 연봉이든 이직이든 결국 수입 향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정말 불편한 건 '돈을 밝히는' 그 노골적임에 있다. 하루종일 돈을 버는 노동을 하고 집에 와 편안한 휴식 상태에서 노동과는 관계 없는 취미의 즐거움, 온전한 배움의 재미에 흠뻑 빠질 준비를 마쳤다가도 화면 가득 '돈돈'거리는 클래스의 나열을 보고 있자면.. '나는 뭐하는 건가?'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나만 뒤로 가는 느낌이다. 모두가 돈을 향해 나아가는데 나만 성취감, 즐거움, 재미 같은 원초적인 감각을 좇는 게 한심해지는 기분이다.
<클래스101>이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플랫폼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집에서 배우는 취미' 같은 콘셉트의 얼마간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의 플랫폼이었는데, 팬데믹 시대를 지나 2025년 현재에 이르러 인기 수업과 새로 생긴 클래스의 대부분이 '돈' '수입' '투자' 이 세 가지 키워드에 발을 걸치고 있는 거라면, 시대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돈도 안 되는데 뭐하러 해?" "배워서 뭐하게? 자격증 따게?" 와 같은 질문이 당연하게 부유하는 현실에선 돈 안 되는 취미는 사치다. 쓸모 없는 배움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치스러운 취미를 배우러 퇴근 후 소중한 몇 시간을 낭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