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존재
무릎에 침을 맞으러 가고자 아침 일찍부터 바지런히 씻고, 아침밥을 먹고, 그 뒤로도 부산히 움직이던 할머니가 말했다.
할: 사람이 사는 걸 왜 이렇게 고생하게 만들었을까? 그냥 편하게 있다 가면 되지. 몸도 아프고..
고데기로 앞머리를 펴고 있던 나는, 덜 마른 머리에서 피어나는 열기를 느끼며 살짝 짜증이 나 말했다.
나: (고생담의 인트로인가 싶어서) 왜 또
할: 애기들 있지?
나: (아니네?) 응
할: 태어날 때 엥- 하면서 크게 울면서 태어나는 애가 있고 그냥 쑥 나오는 애가 있어. 그러면 옛날 어른들이 엥- 우는 애기들은 '고생하러 나왔다!'라고 우는 거라고 했어. (웃음) 말 되지?
나: (웃음) 그르게
아픈 무릎과 고생스러운 삶을, 웃음으로 전환할 줄 아는 할머니.
할머니의 고생담이 천이백삼십 번쯤 반복되었다 하더라도, 할머니는 내가 단정 지을 수 있는 뻔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 면면들을, 나는 하루라도 더 빨리 알아채고 싶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더 많이, 더 자주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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