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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14. 2023

자란다

걸으며 알게 된 것


추운 겨울이 끝나고 햇살이 따스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동네 뒷산을 매일 걸었다. 나무 그늘 밑 벤치 주변의마른 흙 사이로, 나무 계단의 틈 사이로 여기 저기 새순이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며 무심코 초록으로 무성한 여름 숲을 떠올렸다. 지난 여름의 풍경이 올해도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풀이 자라는 일은 당연하지 않다.


매일 같은 길을 걷지 않았다면 계속 몰랐을거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 잠깐 나무를 보고, 멀리있는 산을 슬쩍 훔쳐 볼 땐 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자람이 빠른듯 느껴졌다. 저들은 별 어려움 없이 쉬이 자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식물 하나 하나의 생과 사를 곁에서 지켜 보면 부침없이 자라는 건 없다는 걸 알게된다. 하루하루 시들고 또 자라지만 숲은 여전히 푸르다는 사실도 역시 숲을 걸으며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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