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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공원 Oct 22. 2023

성수기의 프리랜서

마음이라는 연료


어느 날 아침 책상에서 난데없는 눈물이 터졌다. 꾹꾹 눌러 담았던 몸의 피로와 마음의 부담감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터진 것이었다.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욕실에서 수건을 가져와 얼굴을 닦으며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가까운 상담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자신을 돌보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다시 일을 하고 싶어 지기까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다시 생기기까지 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건 내 예상 밖의 일이어서 더욱 당혹스러웠다.


프리랜서는 일에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일이 꾸준하지 않기에 일이 들어왔을 때 거절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하면서 들어오는 모든 요청을 수락하면 주말에도 일하고, 평일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일하고, 아침에도 일하는 상황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일이 없으면 삶이 불안정해지고, 일이 넘치면 삶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다만 지금은 좋아하는 마음이 나의 연료라는 것을 생각한다. 소중히 여기고 모두 써버리지 않고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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