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갔다

아홉 번째 어떤 날

by 박공원

코로나 19로 일에도 타격이 있었지만 막상 내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도서관이 문을 닫은 것이었다. 물론 도서관이 아니어도 책은 읽을 수 있다. 도서관이 닫은 김에 구입해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워킹스루로 원하는 책을 예약해 빌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나는 그냥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그리웠다.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렇게 말하면 실례일지 모르지만 쓸모없는 책을 잔뜩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책을 사서 읽어야했다면 나는 모두가 좋다고 하는 안전한(?) 책만 읽었을지도 모른다. 도서관에서 열람실 서가를 기웃거리면서 처음 보는 책, 잘 모르는 책을 덥썩 집어 오게 되었다. 실패의 부담이 없으니 눈길이 가는대로 그날의 기분과 운에 따라 집에 가져오는 책이 달라진다. 그 책들은 약 2주 정도 우리집에 같이 머물면서 우리집 고양이의 단잠을 도와주는 베개가 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엔 이런식으로 우연히 알게된 책이 많다. 이런 우연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책이었기에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문득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이란 이런식으로 생기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말이다. (도서관에서 이유없는 끌림에 집어 온 책 중 일부는 나의 분명한 취향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져서 8월 19일인 오늘 도서관에 갔더니 열람실은 다시 폐쇄됐고 미리 예약한 도서를 워킹스루로 픽업만 가능하다고 한다. 2주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서가를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거의 반년만에 간 도서관에서 사서분들을 보고 속으로 혼자 반가워했다. 짧았던 머리가 이만큼 자라있기도 해서 새삼 시간이 그만큼 흘렀나 싶기도 했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동안 우리동네 도서관은 유튜브 채널이 생기고 줌으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고민중인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