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타 등등

이미 최적화된 생물

혼자서 괜찮을 수 있을까 #1

by 박공원


올여름에 나는 벌레때문에 고생을 했다. 집 다용도실 하수구에 파리가 번식한 것이다. 그 사건의 충격은 여름 내내 이어져 집안에 낯선 벌레가 보이면 혹시 번식을 한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지냈다. 그날도 침대맡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침대를 아예 들어내고 대청소를 하던 중이었다. 마침 집에 놀러 온 부모님이 침대를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침대를 옮기는 건 혼자 할 수 없어서 부모님이 오셨을 때 일을 벌였다.)


나는 걸레로 바닥을 닦으면서 "새집이고 다용도실엔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어떻게 파리가 번식 한 건지 모르겠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내 투정을 듣고 있던 아빠는 자신이 최근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었는데 이 세상에는 ‘이미 최적화가 된 생물’만 살아남은 거라는 말을 내게 해주었다.(그러니까 파리도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니겠냐는 의도로 말씀 하신 것 같다.)


나 역시 그들처럼 '이미 최적화된 생물'이라는 깨달음을 주고 떠난 파리들에게 고마워해야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이미 최적화된 생물’ 나는 바닥을 닦으면서 같은 말을 여러 번 되뇌어 보았다. 그 말은 내게 ‘우리는 이미 온전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빈틈을 메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왠지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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