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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우 Jul 08. 2021

내가 나인 이유

"내가 나인 이유가 대체 뭔가요?"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을까? 한국 고대사 첫 시간, 서의식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게 한국 고대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선생님 말인 즉, '나'를 만드는 것은 '나의 몸'이 아니라 '나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결론은 현재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쌓여서 만들어졌으므로 대한민국의 기억, 한국의 역사가 만든 것이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그런 말인 것 같았다.


"내가 나인 이유... 내가 나인 이유..."

나도 모르게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의 역사, 나의 시간들에 대해서...


나는 왜 역사교육과에 왔을까? 문학을 사랑하고, 정의를 수호하고 싶었던 꿈이 많았던 소녀는 배우가 되는 것은 너무 가난해질 것 같아 마음 한구석으로 접어두고, 국어교육과를 가서 국어 선생님이 되거나 아나운서가 되는 것, 혹은 법대를 가서 변호사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국어교육과와 법대 입학을 준비했다. 그런데 왜 나는 지금 역사과의 허름한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일까?


K대 국어교육과에 붙었고, 가장 원하던 결과였지만 S대 인문사회교육학부를 가기로 결정했다. K대가 집에서도 가깝고, 항상 가고 싶던 학교였는데 학비가 3~4배는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은 가난했고, 국립대학이나 시립대학을 가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 사범대 인문사회교육학부에는 교육학과, 사회교육과, 역사교육과, 윤리교육과, 지리교육과, 교육학과가 있었는데 교육학을 전공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S대 인문사회교육학부에 입학했다. 여차 저차 하여 역사교육과로 전공 진입을 하게 되었는데 희망하던 학과가 아니어서 학업에 열의를 가진 많은 친구들, 역덕들 속에서 꾸역꾸역 살려고 밥을 밀어 넣듯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정말이지 한자와 영어와 라틴어, 중국어를 강독하는 것은 너무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한국 고대사를 들으면서 '역사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서 선생님의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역사가 재미있어졌다. 역사는, 결국 사람이 사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내게, 역사가 과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실'로 다가오거나 각종 문헌과 사료를 읽어내거나 해석하는 과제로 다가왔을 때와 달리,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로 다가오니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왕의 마음, 신하의 마음, 농민의 마음, 노비의 마음, 여성의 마음, 어린이의 마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전공 진입하지 않으려고, 전과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역사는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의 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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