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와 오이
토마토와 오이가 자라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었다.
내가 매일 쳐다본다고 토마토와 오이가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었다.
때가 되어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토마토가 다 큰 것 같은데 좀처럼 초록색이 붉은색으로 변할 기미가 없었다.
"엄마, 토마토가 안 익을 건가 봐."
“때가 되면 익겠지~~”
어머니는 다른 집안일을 하시며 툭 당연한 진리를 내던졌다.
아! 나이가 들면 혜안이 생기나 보다 하는 생각과, 혹은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내심이 더 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토는 며칠 안 되어 아주 빨갛게 잘 익었다.
오이는 맺힌 모든 열매가 크는 것은 아니었다.
몇 개는 맺혔다가 사그라들고 몇 개는 아주 커졌다.
나는 몇몇 열매들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며 몹시 속상했다.
엄마는 오이는 원래 그렇게 큰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열매가 커지지가 않는다고.
내가 노력한 모든 일들이 반드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했기 때문에 다른 열매가 맺힐 수 있다.
내가 예상했던 때에 반드시 열매가 익는 것도 아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그것이 익는 것은 때마다 다르다.
때때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문득, 우리 아이들이 논과 밭을 매일 보면서 자랐다면 마음이 조금은 덜 아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끔 소도 안 키워봤냐, 모내기도 안 해봤냐고 농담 삼아 놀리는데 도시는 너무 차갑고, 빠르다.
씨앗이 발아되어 떡잎이 나오고, 줄기와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그 작은 씨앗이 얼마나 애써 노력하며 성장하였는지, 그것을 위해 해와 바람과 비가 또 얼마나 도왔는지, 그것을 매일 바라보는 농부의 정성은 또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한 해 살이 식물도 이렇게 기다림 속에서 힘들게 열매를 맺는데 우리 인생에서의 열매 맺는 일은 무수히 많은 실패와 긴 기다림 속에 맺히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에 잘 되는 것 하나 없는 것 같고, 너무 긴 시간 기다리는 것 같은 때에도 언젠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시간이 올 것임을 믿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분명 좋은 열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토마토와 오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