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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우 Jun 18. 2021

때가 되어야 열린다

토마토와 오이

토마토와 오이가 자라는 것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었다.

내가 매일 쳐다본다고 토마토와 오이가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었다.

때가 되어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토마토가 다 큰 것 같은데 좀처럼 초록색이 붉은색으로 변할 기미가 없었다.

"엄마, 토마토가 안 익을 건가 봐."

“때가 되면 익겠지~~”


어머니는 다른 집안일을 하시며 툭 당연한 진리를 내던졌다.

아! 나이가 들면 혜안이 생기나 보다 하는 생각과, 혹은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내심이 더 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토는 며칠 안 되어 아주 빨갛게 잘 익었다.



오이는 맺힌 모든 열매가 크는 것은 아니었다.

몇 개는 맺혔다가 사그라들고 몇 개는 아주 커졌다.

나는 몇몇 열매들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며 몹시 속상했다.

엄마는 오이는 원래 그렇게 큰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열매가 커지지가 않는다고.


내가 노력한 모든 일들이 반드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했기 때문에 다른 열매가 맺힐 수 있다.

내가 예상했던 때에 반드시 열매가 익는 것도 아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그것이 익는 것은 때마다 다르다.

때때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문득, 우리 아이들이 논과 밭을 매일 보면서 자랐다면 마음이 조금은 덜 아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끔 소도 안 키워봤냐, 모내기도 안 해봤냐고 농담 삼아 놀리는데 도시는 너무 차갑고, 빠르다.


씨앗이 발아되어 떡잎이 나오고, 줄기와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그 작은 씨앗이 얼마나 애써 노력하며 성장하였는지, 그것을 위해 해와 바람과 비가 또 얼마나 도왔는지, 그것을 매일 바라보는 농부의 정성은 또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한 해 살이 식물도 이렇게 기다림 속에서 힘들게 열매를 맺는데 우리 인생에서의 열매 맺는 일은 무수히 많은 실패와 긴 기다림 속에 맺히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에 잘 되는 것 하나 없는 것 같고, 너무 긴 시간 기다리는 것 같은 때에도 언젠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시간이 올 것임을 믿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분명 좋은 열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토마토와 오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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