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나는 이별이 어렵다기보다 늘 낯설다.
낯선 것을 싫어하는 나는 이별도 싫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않고 친해진 이들과는 오래 연을 맺는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이별을 낯설어 하는 내가 이별을 자주 맞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고에서의 3년을 마무리했다.
뜬금없이 인영쌤이 울려고 해서 나도 울컥..(같은 학년 열정 가득하신 남자 부장 선생님… 우리 같이 밥 한 번 안 먹었는데 왜 우시는 거예요… ㅎㅎㅎ)
꽤 눈치 없는 척 하는 영훈쌤이 또 울먹거려서 사탕 주면서 달래고... (귀여운 막내쌤)
공감 능력 많이 부족하신 교감쌤이 반납할 거 다 반납 잘 하고 가라고 해서 다행히 눈물 안 남... ㅋㅋㅋ(마노화법! 대강 잘 알아들어야 한다. 상처받으면 안 된다. 아무런 악의가 없으시고 속은 여리고 따듯하신 분…)
외려 사회과 쌤들과는 쿨하게.. 또 만날 거라고 당연히들 생각하여..(야자 대신해주는 승만오빠 감사해요. 우리 우주인 많이 먹는다며 한 끼에 갈비탕이랑 냉면 다 다 시켜준 그 마음 기억할게요, 태환오빠. ㅋㅋ)
이상한 데서 흔들렸는데 공익 호연쌤(이별의 아쉬움보다는 소집해제의 기쁨이 더 커 보여서 다행), 스타벅스 카드를 날려준 행정실 미리쌤, 세림쌤(연구회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같이 야근... ㅠㅠㅠ)...
교장쌤이 너 잘 하는 거 많은 거 아는데 다른 생각 하지 말고 그냥 공립 가면 안 되겠냐고 공립 가면 좋겠다고 자꾸 같은 말을 하셔서 또 눈물 들어감(안 들어가고 싶어서 안 간 거 아니에요... ㅋㅋㅋ 우리 졸업할 때 티오가 워낙 적었다. 지금 공부하려니 너무나 머리가 안 돌아간다. 알던 것도 잊어버린다. )
그래서 다행히 안 울고 아이들 안 보려고 졸업식 할 때 나왔다.(실은 졸업식 볼라고 했는데 다정다감 유진쌤이 굳이 내 짐을 차에 실어주고 빠빠이 하셔서 강제 퇴근함. ㅎㅎㅎ)
무튼 탈이 무척 많았으나 그래도 좋은 사람도 많았더라...는..
오늘 마지막 이별은 부오노 사장님!
힘들었던, 교직을 놓을까 말까 고민했던 부고에서의 3년 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 부오노였는데 내가 처음 발견하고 우리 학교의 맛집이 된 부오노 사장님도 울먹거리셔서 나도 울 뻔.
그런데 귀한 선물을 주셨다. 부오노 더치는 사랑인데.. 사랑을 주심.
저 종종 놀러올건데요... ㅠㅠ
하지만 맛있으니까 받아가기로~
기간제 교사로 산다는 것은 거의 매년 큰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10년을 넘게 해보니 우리가 또 만나게 되더라…
(그래서 엄마가 착하게 살라고 했구나!)
이별과 만남이 켜켜이 쌓여 나의 교직 생활은 상처도 때때로 훈장이 되기도 하였고, 여린 마음도 조금은 단단해져 후배들에게 조금 따뜻한 꼰대가 된 것도 같다.
2월, 많은 기간제 선생님들, 시간 강사 선생님들께서 상처받지 않고 아름다운 이별과 만남이 있기를 잠깐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