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빵

by 주인우


우리 집은 가난했다.


나는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계속 1등을 했고, 계속 반장을 했다. 90년대까지는 반장 선거할 때 햄버거 사주고, 반장이 되고 나면 감사의 의미로 뭘 또 돌리고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회에서 어린이날이나 운동회 같은 특별한 날에 학급 어린이들에게 선물도 주고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반장이 되는 것이 그래서 좀 괴롭고 부담되었다.


하지만 우리 반 친구들은 햄버거를 안 먹고 나를 뽑았다. 다른 반은 반장들이 뭘 그렇게 돌리는데 우리 반 친구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고마운 친구들이었지만 역시 어린 마음에 늘 신경 쓰였다.


학교에서 하는 말들을 엄마에게 전하지 않았고, 어머니회 가정통신문을 전하지 않았고, 엄마의 연락처를 묻는 다른 엄마들에게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어머니회 활동을 하고 싶어 하시는 어머니들께만 활동을 권했다. 어머니회를 하시는 어머니들도 특별히 우리 부모님께 연락을 하려고 하시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90년대에 그런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무척 행운이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 엄마들을 만난 것도.


부모님이 하시던 식당은 조금씩 안정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들어갈 즈음에는 집도 조금 넓어졌고, 준비물이나 참고서를 사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용돈을 모아 떡볶이도 사 먹고 팬시점에서 예쁜 편지지 같은 것도 살 수 있었다.


1학년 4월.

아직 모든 친구들이랑 다 친하지는 않은 그때에 반장인 화순이가 엄청 큰 박스를 들고 왔다.


“애들아, 빵 먹어. 오늘 우주인 생일이래. 고맙다고 하고 먹어! 우주인 생일 축하해!”

“나? 아닐걸. 우리 엄마 그런 거 안 보내.”

“아니야. 우주인 생일 빵이라고 그랬어. 너 오늘 생일 아니야?”

“맞아. 오늘 내 생일이야.”


화순이는 빵을 나눠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넌 주인공이니 가만있으란다. 오지라퍼 화순이. 마음이 비단결 같은 화순이.


크림빵도 아니고, 단팥빵도 아니고, 소보루빵이었다.

나는 소보루빵을 좋아했다. 엄마는 단팥빵을 좋아했는데 나는 소보루빵이 좋았다. 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맛이 있어서 좋았다. 옛날엔 곰보빵이라고도 했는데 못생긴 것 같으면서도 좀 매력적이고 너무 달지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달아서 좋았다.


파리바게트 같은 프랜차이즈 빵도 아니고 동네 빵집에서 온 것 같은 소보루빵. 선택권 없이 오로지 소보루빵!


화순이가 빵을 나눠주는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나 좋아하지 애들은 소보루빵 안 좋아할 텐데... 파리바게트 빵 아니라고 뭐라고 할까? 맛은 있나? 그런데 진짜 엄마가 보냈을까? 엄마가 돈이 어디서 났지?


나만 생각이 많았나 보다.

밥 먹고 바로 매점 가는 열일곱의 여학생들은 이미 빵을 반쯤 입에 넣고 있었다. 몇몇은 켁켁 거리고 있다.

‘엄마... 우유도 같이 사주지...’

철부지 고딩은 빵을 주니 우유를 찾는다.


아이들이 다들 내게 고맙다고, 생일 축하한다고 해주었다. 아직 다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몹시 부끄러웠다. 화순이가 아니었으면 부끄러워서 조퇴를 했을지도 모른다.


학교가 끝나고 부리나케 엄마 식당으로 왔다.

“엄마, 엄마가 빵 사서 보냈어?”

“응. 잘 도착했어?”

“응. 애들이 맛있다고 감사하다고 전해 달래. 그런데 왜 빵을 보냈어? 한 번도 그런 적 없잖아. 미리 말도 안 해서 난 엄마가 보낸 거 아닌 줄 알았지.”

“한 번도 보낸 적 없으니까. 생일 파티도 해 준 적 없고.”


엄마는, 국민학교 시절 내가 반장을 하면서도 한 번도 반에 아이스크림 한 번 돌리지 못한 것이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도 마음에 걸려 있었구나. 나는 괜찮았는데 엄마는 안 괜찮았구나...


그날의 소보루빵 맛은 사실 기억이 안 난다. 무슨 맛이었는지 빵이 어디로 넘어가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엄마 생각에 가슴이 너무 먹먹한 것인지 우유가 없어서인지 빵이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소보루빵은 가장 흔한 빵이지만 가장 특별한 빵이다.

엄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도, 국민학생 때 나의 마음도 모두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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