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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우 Jan 16. 2020

갈비뼈보다 더 아픈 곳은

갈비뼈가 부러진 아이


  대학 동기인 절친한 선생님이 밥을 먹다 말고 엉엉 울었습니다. 다른 교과 선생님께 불손하게 했던 아이를 혼내고 있었는데 아이가 제발 아버지께만은 말하지 말아 달라며 바들바들 떨더라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아이는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학교에 가지 못 하고 맞은 적도 있고,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는 담임 선생님에게도 맞은 기억이 있어서 선생님도 믿지 못해 말을 하지 못 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 담임선생님이 3월 내내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따뜻하게 해 주니 그제야 말을 할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한 달이나 몰랐던 사실이 마음이 아프고, 또 아이의 처지가 딱하여 또 마음이 아파 엉엉 울었습니다. 몹시 슬프고, 몹시 화가 난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에게는 너를 만난 것이 신의 도움일 거야. 한 달이나 몰랐다고 자책하지 마. 한 달 만에 알았잖아. 다른 선생님들이었으면 더 시간이 걸렸을 거야. 이제 아이가 받고 있던 학대가 끝나게 될 거니까, 그러니까 너를 만난 건 아이에게 다행인 거야. 슬프겠지만, 그러니 슬퍼해야 하겠지만 지금 너무 감정적인 에너지를 쏟으면 안 될 것 같아. 우리는 긴 싸움을 준비해야 해. 이 문제는 빨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일단 아이를 아버지랑 분리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그대가 먼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아동 학대라는 말이 너무 무시무시해서 주변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은 주변에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동’이라는 단어에서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들을 떠올립니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처럼 감정과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경제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독립을 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생, 아니 대학생 때에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할 수 있습니다.


무관심이라는 학대


  신체적 학대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학대를 받는 아동들도 많이 있습니다. 돌봄과 관심을 받아야 할 아동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것도 학대이지요.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에 오지 못 하는 여학생, 도보로 두 시간, 왕복 네 시간 거리를 부모가 교통비를 주지 않아 걸어서 등하교를 하느라 매일 지각을 하고 학교에서 잠을 자는 학생들 모두 학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동생을 돌보지 않고 외출한 어머니 때문에 동생을 보느라 학교에 못 오는 학생도 있지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인가요? 어쩌면 한 학교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일지도 모릅니다. 아동들이 얼마나 많은 학대를 받고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기도 하지만 이것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도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이 도와주겠다고 손을 잡아주고는 아이에게 도움 줄 방법을 찾다가 교무실에 앉아 엉엉 울었던 날들이 몇 날 며칠이었을까요?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법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새벽 두세 시쯤에 어떤 아주머니가 나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일을 몇 번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정말 빨리 왔지만 단 한 번도 남편을 체포한 적이 없었습니다. 경찰은 전화나 문자로 신고한 사람에게 반드시 그 결과를 친절히 알려주는데 대부분 결론은 “아주머니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집에 모셔다 드렸다.”로 끝났습ㄴ다  제 생각에는 적어도 경찰서에 가서 조서라도 작성해야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이 사건이 재발되었으니 다음번에는 폭력임을 인지하게 될 것 같은데 경찰서로 연행도 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피해자와 함께 집으로 들어갑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에요. 성인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어떨까요?


신고가 꺼려지는 이유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게 되면 아이가 더 힘들어지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처벌을 받은 부모가 다시 돌아왔을 때, 같이 거주할 것인지 아니면 청소년 쉼터와 같은 공동체에 따로 나와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죠. 청소년 쉼터에서 사는 것은 청소년 본인에게 정말 큰 의지가 필요한 일이고, 또 의지를 내어도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성인이 되면 자립을 해야 하구요. 우리나라 집값을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성년이 된 친구들이 자립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부모님과 분리가 되어도 여러 가지 면에서 각종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지요. 그리고 부모님과 분리가 되고 싶으나 형제자매가 있어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때때로 누나(언니)나 형(오빠)이 집을 나가버린 후에 동생이 더 많이 학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교사들에게 아동학대를 인지한 즉시 신고하라고만 하지 그 아동들을 어떻게 돌보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해 주지 않았고, 아동 보호를 위한 재정 확보도 충분히 되어 있지 않지요. 학생이 가정과 완전히 분리되고 싶다는 단호한 의지를 가진 것이 아닐 때, 성적 학대, 또는 엄청난 신체적 학대를 받고 있어 즉시 구출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학생인 경우가 아니면 교사가 아동 학대를 신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고를 하고 난 이후의 일들도 아동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을 교사들이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신고 이후에 더 많이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도 많구요.


행복할 권리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은 그런 나쁜 환경에 있으면 안 됩니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아직 미비하여 일단 민간단체나 교회 등의 재정적 도움을 받더라도 아이는 안전한 곳에서 쉼과 놀이를 할 권리를 가지며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잘 쉬고, 잘 놀고, 또한 학교에서 배울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는 아동이 학대받고 있다면 신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지요. 교사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어른들은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지요. 정부가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도록 요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누려야 할 권리를 잘 누려주세요.


  부모의 지붕을 떠나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을 잡았다가 상처를 받을 위험도 매우 크지요. 그러나 청소년 여러분이 자신의 삶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면 믿을 만한 어른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담임선생님, 상담 선생님, 보건 선생님, 또는 지역의 위클래스 등 지금은 도움을 청할 곳이 생겼고,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심각한 학대 속에 있다면 부모님과 분리되어 사는 것이 더 좋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기에 함께 살고 싶은 마음도 크겠지만 여러분이 신체적으로 커서 더 이상 부모님의 학대를 받지 않아도 될 때, 그리고 마음이 건강해졌을 때 다시 부모님을 만나도 괜찮아요. 혹은 절대로 부모님을 만나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나쁜 사람인가 하고 고민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에요. 부모님을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모든 가족이 반드시 함께 살지도 않고, 또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혈연이라는 이유로 꼭 가족이라고 규정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여러분은 보호받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해요.


갈비뼈보다  아픈 곳은...


  아이의 갈비뼈는 당장 아프고 불편하겠지만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낫습니다. 갈비뼈보다 더 아픈 곳은 아이의 마음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낫는 과정은 뼈가 부러진 데가 낫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고 더 아픈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똑같이 아픕니다. 그러나 의사의 치료를 받으면 뼈가 붙듯이 마음의 상처도 사랑을 받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낫습니다. 가까이에 도와 줄 사람에게 아프다고 말해주세요. 손까지 내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만 알려주세요. 쌤들이 손을 내밀겠습니다.


  너무 아프게 살지 말아요. 아픈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마세요. 당신은 아프게 살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당신은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에요.




아동학대 신고는 112입니다. 신고의무자가 아니어도 신고할 수 있고, 신고자 신원은 비밀 보장이 됩니다. 교사와 같은 신고의무자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 이웃, 친구 모두 살펴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는 학대받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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